『검거前 부모가 자살권했다』…유괴범 全씨 진술서서 밝혀

  • 입력 1997년 9월 17일 20시 15분


박나리양(8) 유괴 살해범 전현주씨의 부모는 전씨가 경찰에 검거되기 전 전씨에게 다섯차례에 걸쳐 자살을 권유했으며 전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17일 경찰이 공개한 전씨의 자필 진술서에서 드러났다. 전씨는 진술서에서 『어머니가 「혹시라도 네가 이 일에 연루돼 있으면 자살을 해라. 그러면 엄마와 아빠도 같이 뒤따라 갈테니 걱정말라」고 말해 10일 집 근처 약국에서 살충제를 샀다』고 말했다. 전씨는 『다음날 어머니한테 범행 사실을 털어놨더니 어머니가 다시 자살을 요구해 경찰에 붙잡히기 전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며 『죽어서라도 속죄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전씨가 진술서에 적은 부모 및 남편과의 대화 내용 요지. 9일 새벽 어머니가 집에 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나리가 유괴된 학원 근처 공중전화에서 친정집으로 전화가 왔었다고 하더라」며 「네가 거기서 집으로 전화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부인했지만 어머니는 「혹시라도 네가 이 일에 연루돼 있으면 자살을 해라」면서 「아빠가 동생에게 만의 하나 네가 이 일에 연루돼 있으면 엄마와 아빠가 자살한 뒤 어떻게 하라고 일러줬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10일 새벽 다시 전화해 「혹시 이 일에 연루돼 있다면 더 이상 고통 당하지 말고 죽어라」고 말했다. 자살을 하기 위해 이날 오전에 집 근처의 약국에서 살충제를 샀고 낮에 남편을 만나고 난 뒤 친구와 함께 불광동의 여관에 갔었다. 11일 어머니한테 범행 사실을 털어놨더니 어머니는 다시 자살을 권유했다. 여관에서 나와 신촌을 거쳐 종로로 가 남편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모든 얘기를 했다. 죽을 장소를 찾기 위해 대학로와 신촌을 헤매다가 12일 오전 2시경 신림동의 여관으로 갔다. 남편이 호출해 자수를 권유했지만 자수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오전 8시반경 형사들이 여관으로 들이닥쳤다. 경찰에서 처음에 거짓 진술을 했던 것은 부모님과 남편이 그렇게 알고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한편 경기 군포시 산본에 살고 있는 전씨 부모의 집은 전씨가 경찰에 검거된 이후 며칠째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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