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유규열/고시시험장 사용 법전,서점서 판매

  • 입력 1997년 9월 10일 07시 58분


서울대 부근에 거주하는 국가고시 준비생이다. 얼마전 「고시장비치용 법전」을 사러 신림동의 한 서점에 들렀다. 그런데 서가에 놓인 법전에는 여러 군데 사인펜으로 줄이 쳐져 있었다. 서점주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 법전은 올해 각종 고시의 2차시험장에서 사용한 법전이라는 대답이다. 그래서 새 법전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봤지만 금년에는 발행예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다른 서점들을 모두 돌아보았으나 역시 똑같은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사인펜으로 줄이 쳐진 법전을 샀다. 세상에 이렇게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필요할테니 그런 법전이라도 사라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 아마 각종 국가고시 시험장에서 그 법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시험장 비치용 법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살 수밖에 없으리라는 고시준비생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상혼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헌 법전을 새 법전 가격으로 유통시키는 상행위가 버젓이 계속되어도 괜찮은지 관련 출판사의 각성을 촉구한다. 유규열(서울 관악구 신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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