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국회특위」토론회]『고양이에 생선맡긴 격』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여야가 가동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고비용 정치구조개선」이라는 항로(航路)를 제대로 가고 있는가. 9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경실련 강당에서는 40여개 시민단체 연합체인 「돈정치추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주관으로 여야의 정치개혁협상을 중간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 사회단체 대표와 법조계 학계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항로와 속도가 모두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정기탁금제 폐지 △선거공영제 확대 △TV토론 의무화 △선거기간의 정당활동 및 사조직 규제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손봉숙(孫鳳淑)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먼저 『이번 여야의 선거법개정안은 정치인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조항들은 삭제하고 다른 사항들은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손소장은 『신한국당 안에는 정당활동과 사조직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고 TV토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규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여당안에 비해 진일보한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구태의연한 군중동원식 선거운동방식이 그대로 남아있고 지나치게 선거공영제를 확대한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유종성(柳鐘星)사무총장은 『신한국당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정기탁금제도를 오히려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야당안도 정치자금의 형평성에만 관심을 뒀을 뿐 투명성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온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정치자금을 특정정당이 독식해서 이를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지정기탁금제는 그대로 두되 비율배당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성균관대 김일영(金日泳)교수는 『이해당사자인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개혁 협상을 벌이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꼬집은 뒤 『사회단체나 이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를 법개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 대표로 참석한 이완구(李完九)의원은 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당 의원들은 시민단체 토론회에는 잘 안가려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낸 뒤 『여당이라고 해서 혜택을 받아서도 안되지만 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봐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유선호(柳宣浩)의원은 『지난 4.11총선 당시 신한국당 수입은 1천6백억원, 국민회의는 2백억원, 자민련은 1백60억원이었다』며 지정기탁금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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