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박람회 장사진…전국서 상경 개막前부터 줄서기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일하고 싶어요. 비록 오른손은 못쓰지만 왼손 손재주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4일 서울 올림픽공원내 올림픽파크텔 프라자홀에서 열린 97년도 하반기 장애인채용박람회에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장애인들의 구직대열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반 문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50여명의 장애인이 행사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개막을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일찍 오면 기회가 더 많을까해서 첫차를 타고 왔다』는 김영수씨(30·경기 평택시·지체2급)는 「떳떳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행사 첫날인 이날 오후 5시 마감시간까지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장애인구직자는 1천여명. 보호자도 없이 혼자 행사장을 찾아온 김형만씨(23·뇌성마비 지체2급). 경남 진주에서 상경, 서울 강서구 화곡동 누나집에서 매일 경기 광주에 있는 삼육직업전문학교까지 버스로 2시간반씩 걸려 통학하면서 정보처리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김씨는 「한쪽 손만 써도 괜찮은 어떤 직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이날 S전자 등 20여 회사에 구직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죄송하다. 곤란할 것 같다』는 대답만 들은 김씨는 『저같이 장애정도가 심한 사람에겐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숨을 내쉬어 안타깝게 했다. 뇌성마비인 아들(27)의 손을 꼭잡고 올라온 김모씨(63·여·경기 안성)는 『물려줄 재산도 없고 아들이 평생 떳떳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잡으면 여한없이 눈을 감을 수 있겠다』며 구직업체 부스를 빼놓지 않고 돌아다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65곳. 근로복지공단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공공기관 4곳과 ㈜빙그레 등 몇몇을 빼면 모두 중소기업인 이들 구인업체가 뽑을 예정인 일자리는 약 5백개. 인천 남동공단의 신한다이아몬드공업 김동일총무과장은 『요즘 생산직은 젊은 근로자를 구하기가 쉽지않고 그나마 이직률이 높다』며 『이런 때에 성실하고 이직률도 낮은 장애인들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사장 이승환)이 주관하고 동아일보사와 KBS가 공동후원하는 이번 채용박람회는 5일까지 계속된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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