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말로만「신토불이」…농기계 수입품 판매 지시

  • 입력 1997년 9월 1일 20시 50분


농산물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치는 농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전국 단위조합에 공문을 보내 구입가격이 비싼 편인 특정 수입 농기계를 집중 판매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농협중앙회의 「명성 결속기 공급촉구」공문(문서번호 영재27106―258)에 따르면 중앙회는 판매마진이 가장 높은 명성의 결속기(볏짚이나 건초를 묶는 농기계)를 농협에서 특별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단위조합에 지시했다. 지난달 5일 발송한 이 공문에서 중앙회는 『타업체들은 농협이 제시한 조건으로 계약하기 어렵다고 한데 반해 명성만 계약에 응했다』며 『(농협이) 농기계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면 명성 제품이 전량 판매될 수 있도록 농민에게 적극 권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회는 한술 더 떠서 『명성측 수입품의 추가수입도 검토해야 하는 바 소요물량(발주물량)을 본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농협이 국내산 결속기나 다른 수입업체 제품을 팔면 대당 72만∼1백30만원 가량의 판매 수익금을 올리는 반면 명성의 결속기는 1백96만6천∼2백7만원의 판매수익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성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산 2개 모델과 독일산 1개 모델의 농가 공급가격은 대당 1천1백40만∼2천50만원으로 대동공업 3개 모델(1천60만∼1천4백50만원) LG전선 3개 모델(1천70만∼1천4백50만원) 등에 비해 비싸다. 중앙회는 공문에서 명성측이 제공하는 판매장려금(농협 공급가격의 3∼11%)을 △농기계서비스센터 장비구입비와 성과금, 판매추진비 등으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명성 제품이 타업체 제품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판매가격을 인하하는데 사용하라고 판매방침까지 자세하게 시달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영농자재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농기계 업체들이 농협보다 자사 대리점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 농협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판매장려금을 받아 농협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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