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과천 양재천]『야! 물고기다』 신나는 동심

  • 입력 1997년 9월 1일 08시 10분


개울 풀섶 사이에 놓인 돌멩이를 들어올리던 수진이(10)가 외쳤다. 틈새에 숨어있던 송사리 한마리가 화들짝 놀라 꼬리를 흔들며 달아난다. 수진이 뒤를 따라오던 기석이(10)가 재빨리 손을 내뻗었지만 송사리가 더 빨랐다. 『어, 저기도 있다』 이번에는 석문이(10)가 엄지손가락만한 물고기떼를 발견했다. 기석이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고 달아나는 물고기떼를 쫓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악취를 풍기던 아파트단지 옆 냇가에서 물고기를 본 아이들은 신이 났다. 경기 과천시 부림동 주공아파트 8,9단지 앞을 흐르는 양재천. 콘크리트로 멋없이 정비해 놓은 하천을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놓는 작업이 시작된지 9개월만인 최근 양재천은 기적같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시멘트 제방을 뜯어내고 심어놓은 갯버들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등이 제법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소리없이 흐르는 시냇물은 큰 돌로 만들어놓은 여울목에 이르러서는 물살이 빨라져 「졸졸」 소리를 낸다. 양재천은 이제 부림동 아파트 주민들이 즐겨찾는 산책로가 되었다. 주민들은 냇가에 앉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이제 냄새는 안나요. 다슬기하고 피라미도 많던데요』 양재천의 스타는 뭐니뭐니해도 개울 가운데 발을 담그고 먹이를 찾는 희디흰 왜가리. 길고 가는 목을 쭉 뽑아 물고기를 찾는 우아한 자태는 양재천 옆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음도 잊게한다. 『저 하얀 두루미는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아요』 『두루미가 아니라 왜가리래요. 지난번엔 회색빛 왜가리도 두마리나 날아와 놀다 갔어요』 8단지에 사는 혜린이(7·초등학교 1년)는 요즘 양재천에 새로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는데 재미를 붙였다. 양재천 건너 학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때면 널따란 콘크리트 다리를 두고 아슬아슬한 징검다리로 빙 둘러 온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여기서 수영도 했어요. 정말이에요』 수진이는 연도까지 정확히 기억해내 93년까지만 해도 이곳엔 맑은 물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여기서 목욕도 하고 물장구를 치다 둔치에서 몸을 말린 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는 것.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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