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단에 대한 검찰의 일제단속으로 『도박의 종착역은 패가망신 뿐』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또 이미 국내 도박계가 매년 「신규도박꾼」을 계속 배출하는 구조를 갖추고있고 도박관련 지하경제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도박단은 서울에서 활동중인 1백여개 도박단의 10% 정도인 10개파로 총도박자금은 4백50억원대.
구속된 상습도박꾼 98명을 유형별로 보면 주변사람들의 소개로 도박에 빠진 경우가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은 최근 도박장이 기업화하면서 돈을 잃어줄 「신규도박꾼」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박장 운영을 책임지는 「하우스장」은 새로운 도박참가자를 데려올 때마다 소개비를 지급하거나 기존의 도박빚을 탕감해주는 유인책을 쓰기도 했다.
경기불황으로 기업운영이 어렵게 되자 도박을 시작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도 9명이나 됐다. K건설대표 성모씨(50)는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도박판에서는 어음할인도 잘된다』는 말에 현혹돼 도박을 시작, 처음에는 2천만원 정도를 땄으나 결국 2억원을 잃었다.
또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의 염모씨(69) 부부는 도박조직 자금책에게서 『도박빚을 갚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자 도박빚을 갚기 위해 빌딩과 단독주택을 탕진하고 전세금 2천만원으로 어렵게 살다 지난해 5월22일 농약을 마시고 함께 자살했다.
상습도박꾼 중에는 이들 외에도 구청공무원 부인이나 중소기업체 대표 부인, 전직교사 등이 포함돼 있었고 남녀가 불륜에 빠진 경우도 많았다.
이밖에 상습도박꾼 98명중 53명은 장시간의 도박으로 허리디스크 무릎관절염 심장질환 신경성위염 두통 등 「직업병」 증세까지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과의 면담에서 상습도박꾼 98명중 △67명은 『석방되면 다시 도박장에 가게 될 것같다』 △81명은 『도박판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해 도박의 중독성을 실감케해주고 있다.
〈공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