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가 들어설 신포시 금호지구에는 현재 88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상주하며 일하고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헤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개통된 전화로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근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전화회선만으로는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근무와 휴식시간으로만 이뤄진 단조로운 생활도 이들의 고독감을 더해주고 있다. 작업이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제한돼 있는데다 그나마 갈곳마저 없기 때문이다.
이곳 근로자들은 저녁에 나오는 북한 중앙방송에 이미 식상해 있다. TV화면을 통해 아기자기한 드라마나 화려한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 오락거리를 찾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정치선전물이기 때문이다.
TV방송이 끝나는 밤 10시반부터는 「림꺽정」「홍길동」「춘향전」 등 북한영화와 가요 등을 비디오로 보여 주지만 근로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미흡하다. 조만간 설치될 위성TV수신장비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먹는 것도 만족스럽지 않다.
수해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할 때는 그나마 진수성찬이라고 자위해보지만 신선한 채소를 구하지 못해 저장식품이 1차 가공식품을 주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이 크다는 것.
근로자들이 현재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휴가. 정부 대표는 6주 근무후 2주를, 한전 근로자들은 2개월 일한 뒤 2주의 휴식시간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4개업체 합동시공단은 회사마다 국외근로자들에게 적용해온 휴가 기준이 달라 어떻게 최종결정이 날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이 겹치자 일부 근로자들은 조기귀국을 원하는 실정이다.
가족을 두고 떠나온 기혼자들은 1∼2년 일하면서 돈을 모아 자립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어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총각들은 일과후 스트레스를 풀만한 오락거리가 없어 애로가 많다.
근로자들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일이 끝난 후 숙소앞에 모여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는 것.
요즘에는 공사장 근처의 논에서 우렁이를 잡아 된장을 넣고 국을 끓여 먹는데 재미를 들이기도 했다. 단조로운 식사메뉴에 물린 근로자들에게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북한 함남 금호지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