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성추행피해 제자의 법정증언

  • 입력 1997년 8월 13일 19시 56분


13일 오후 서울지법 523호 법정. 지난 5월 여제자를 성추행하고 이를 폭로한 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무고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교수 구모피고인(50)의 3차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는 구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했던 피해자 정모씨(34·여·박사과정)가 검찰측의 증인으로 출석, 지난 94년 구교수와 함께 식물채집을 하러 갔다 「당한 일」을 증언했다. 『마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교수님은 성에 관한 이야기만 계속했고 당황한 제 손에 땀이 난 것을 보고는 「네가 성적인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교수님은 여관방을 하나만 잡고 「내 품에서 자라」고 요구, 반항하는 저를 때리고 「독종같은 ×」 「너는 평생 졸업을 못할 것이다」는 등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작은 체구에 뒷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정씨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의 상황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답해 나갔다. 공판을 지켜보던 朴正憲(박정헌)판사는 정씨의 구체적인 대답이 다소 미심쩍다는 듯 『4년전 일어난 일을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정씨는 이에 대해 『당시 그 사건은 저에게 너무나 엄청난 일이었고 부모 등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달래며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고 대답했다. 『구속된 스승을 용서할 생각이 없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정씨는 『교수님이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용서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구교수의 변호인측은 이날 『정씨가 지난 96년말부터 학위논문 통과문제로 교수와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4년이 지난 일을 끄집어내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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