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도 아직 못찾았는데 방을 내놓으라면 이제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괌 퍼시픽스타호텔내 분향소에서 가족의 시신이 확인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에게 12일 또 하나의 근심거리가 생겼다.
호텔측이 『14일부터 예약 손님인 일본관광객들이 온다』며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일본의 휴가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매년 8월 둘째주는 일년 중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기.
현재 유가족들이 임시숙소로 묵고 있는 객실은 일본인들이 6개월전에 이미 예약한 상태.
호텔측은 매년 괌을 찾는 관광객의 90%가 일본인인 만큼 일본관광객의 예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퍼시픽스타호텔에 묵고 있는 유족은 60여명으로 28개의 객실을 사용하고 있다.
호텔측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이 곳에 묵고 있는 유족들은 부랴부랴 또 다른 2백여명의 유족이 머무르고 있는 인근 라데나호텔에 숙소를 알아봤으나 이 호텔 역시 숙소가 없기는 마찬가지.
일부유족들이 생업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긴 했으나 이들을 대신해 또 다른 유족들이 한국에서 계속 들어오고 있어 라데나 호텔 역시 빈방이 날 가능성은 없다는것.
대한항공측은 이에 따라 아가냐 공항 인근에 있는 소규모 모텔 20여개에 유족들의 숙소를 급히 마련하기는 했으나 분향소가 마련된 퍼시픽스타호텔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유가족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하고 있다. 가족의 시신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애태우는 유족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숙소고민이 하나 더 보태져 더욱 고단한 모습이다.
〈괌〓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