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항공기「블랙박스」 무슨 내용 담고있나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11일부터 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대한항공 사고기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해독작업에 들어갔다. 블랙박스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로 이뤄져 있다. 어떤 원리로, 어느 정도까지 항공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수 있을까. CVR의 핵심기능은 마이크 역할을 하는 4개 채널. 조종실에 연결돼 △조종사 △부조종사 △제삼자 △내부 및 외부 소음을 기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혼잣말 또는 둘이서 나누는 대화, 지상관제소나 다른 항공기와의 교신내용이 모두 녹음된다. 조종실안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기체에 전해진 외부충격도 마찬가지다. 녹음내용은 모두 마그네틱 테이프에 저장된다. 테이프는 30분 분량이며 앞부분을 자동적으로 지우면서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사고직전 30분간 조종실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히 들려준다. FDR는 항공기의 비행경로 운항속도 고도 중력 엔진상태 등 모든 운항정보를 담고 있다. 엔진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과열됐는지, 조종사가 랜딩기어를 어느 지점에서 내렸는지 등을 정확히 기록한다. 이같은 내용을 수십개의 센서가 1초단위까지 구분해 컴퓨터 칩으로 전달하며 최종 25시간을 기준으로 자동반복한다. FDR로 파악할 수 있는 비행자료는 제품에 따라 조금씩 달라 최신형인 경우 90여개 항목까지 기록한다.이번에 추락한 대한항공기의 FDR는 42개 자료를 저장. 항공사고 조사팀은 블랙박스 자료를 해독한 뒤 검증장비에 연결,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사고순간을 3차원 영상으로 재연할 수 있다. 이를 현장조사 결과와 맞춰 최종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블랙박스는 이처럼 항공사고 원인을 밝히는 결정적 자료이기 때문에 추락사고시 충격을 가장 적게 받는 항공기 꼬리 밑부분에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4월 영국제 해독(解讀)장비와 미국제 검증장비를 도입, 「항공사고자료 분석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교부와 항공사 직원 등 11명이 지난해 1월부터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항공진흥협회 李正學(이정학)조사연구부장은 『국내에 도입된 블랙박스 해독장비가 최신형이고 검증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 실무경험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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