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험 가입 급증…KAL機 사고후 2∼3배 늘어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우리라고 그런 일 당하지 않는다는 법 없잖아요.보험 듭시다』 『죽어 버리면 돈이 무슨 소용이야』 10일 오후2시경 김포국제공항 제2청사 3층에 있는 S보험 카운터 앞에서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는 30대후반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찜찜한 표정으로 부인의 말을 뿌리치던 남편은 잠시후 『여행보험은 여행중 병에 걸리거나 도둑을 맞아도 혜택을 준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못이기는 척 가입했다.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이후 해외여행객 사이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비행기 탑승 직전 여행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해외여행보험을 취급하는 4개 보험회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추락사고가 난 뒤 이같은 여행객이 100∼300%가량 늘었다. D보험 朴美淑(박미숙·27)씨는 『하루 가입건수가 종전 30∼40건에서 80건 이상으로 늘었다』며 『해외출장을 가는 중년남자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중년부부들이 본인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자녀의 미래를 걱정, 특히 많이 가입한다』고 말했다. 평소 소액 여행보험에 들던 탑승객은 보다 고액의 보험에 가입하는 추세. 세미나때문에 1년에 10여차례 해외에 나간다는 민모씨(49·교수)는 『평소에는 탑승전 왠지 기분이 이상할 때만 1억원이하의 소액보험에 들었지만 앞으론 꼭 해외여행보험을 들 생각』이라며 1억5천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뒤 미국행 비행기에 탔다. J보험의 경우 평소 5천만∼1억원짜리 소액보험에 가입하는 승객이 전체의 80%였으나 추락사고 이후에는 가입자의 70%정도가 1억5천만∼3억원짜리 고액보험에 들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여행보험 특수(特需)에 대해 보험회사 직원들은 『늘 그랬듯이 추락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사라지면 자연히 없어질 일시적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S보험 金惠珍(김혜진·24)씨는 『여행보험에 대해 한참동안 문의하다 「사고가 안 나면 한 푼도 못받는데 3천∼4만원정도의 보험료도 아깝다」며 발길을 돌리는 승객도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