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성우 정경애씨,하늘나라서 받은 방송대상

  • 입력 1997년 8월 9일 20시 37분


이제 더 들을 수 없는 목소리. 먼 메아리처럼 찾아드는 그 목소리에 대상이 주어졌다. KAL기 추락사건으로 온가족이 참변을 당한 성우 鄭敬愛(정경애·41)씨가 9일 발표된 한국방송대상 발표에서 여자성우상을 받았다. 정씨는 또 지난83년 사할린에서 발생한 KAL기 피격추락 사고때 7시간 동안의 추모 방송을 진행한 인연이 있어 방송가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77년 동아방송에서 성우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KBS 「사람과 사람들」, MBC 「인간시대」 등의 내레이션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으며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KBS 영화제작부 河仁成(하인성)부장은 『정씨는 라디오 드라마, 내레이션, 영화 더빙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성우였다』고 애석해했다. 정씨는 그동안 여러번 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선배들이 많아 이제야 상을 받게 됐다는 것. 함께 작고한 부군 장세준씨(40)도 제임스 딘과 브래드 피트 목소리로 잘 알려진 톱클래스의 성우다. 사고후 KBS와 MBC 등 방송사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였는데 이제 들을 수 없게 됐다』는 팬들의 추모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후배 성우 崔德喜(최덕희·31)씨는 『초특급 성우 두분이 방송계를 떠났다』며 『이번 수상이 두분 영혼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슬퍼했다. 성우상을 수상한 정씨의 목소리는 오는15일 오전10시 KBS2TV 광복절 특집프로 「미야다 마을 사은비(私恩碑)의 진실」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신연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