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에 대한 신원확인작업을 둘러싸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중요시하는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측과 하루라도 빨리 시신을 수습해가려는 유족간의 갈등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9일 오전까지 수습된 시신은 1백여구. 이중 50∼60구는 훼손정도가 심하지 않아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져 안전위측은 신원확인을 위해 사진까지 찍어놓은 상태.
갈등은 먼저 희생자들의 사진공개를 두고 벌어졌다. 유족측은 가족들이 찍어놓은 사진만 볼 수 있다면 희생자 신원파악이 금방 가능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사진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안전위측은 『원칙적으로 신원확인 최종결정은 여러가지 자료를 토대로 안전위측이 하도록 돼 있다』면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공개하는 것은 죽은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사진공개요청을 거부했다.
안전위측은 유족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결국 한발 물러서 조만간 사진을 공개하되 가족들에게만 사진을 공개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와는 별도로 안전위측은 신원확인을 위해 유족 전원을 상대로 한사람당 한시간동안 걸리는 면담을 이틀째 계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안전위는 손에 난 물집이나 흉터에서부터 입고 있던 옷가지 등 2백여개 항목을 담은 「희생자 인적사항에 관한 질문서」를 돌린 뒤 관련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안전위측은 『시신확인작업에 참여한 인류학자나 검시전문가들은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신원확인 작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유전자검사까지 가는 시신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측과 하루속히 시신을 고국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유족간의 마찰은 두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차츰 감정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