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봉사인가 아니면 교활한 정치가인가.
대한항공기 괌 참사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노력을 기울인 칼 구티에레스 괌 지사(56)가 8일 현지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귀하가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항간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 기자가 묻자 그는 『무척 가슴이 아프다』며 자신의 행위는 다만 선의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울먹였다. 미국의 ABC TV와 NBC TV도 그의 「선의의 진실성」 논란을 주요기사로 전했다. 이같은 비난은 그가 참사직후 보여준 일련의 봉사행위가 오는 98년 지사선거 재선을 노린 정치적 계산이라는 것.
구티에레스 지사는 어둠과 빗속을 뚫고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일본인 소녀를 직접 구출하는 등 생존자 구조작업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세계여론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곤경은 괌주둔 연방소방대 타이팅 퐁대장의 기자회견으로 더욱 증폭됐다. 타이팅 퐁대장은 『연방소방대원들이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했으나 지사의 지시를 받은 경찰에 의해 저지를 당했다』면서 『그는 참사의 순간에도 자신의 활약상을 홍보할 전속사진사를 동행했었다』고 폭로했다.
그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우선 구티에레스 지사는 참사직후 사고현장보다는 주청사에 먼저 도착,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현장 구조작업을 총지휘해야 했었다고 말한다. 또 아직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7일 자신이 구조한 일본인 소녀를 데리고 나와 기자회견을 한 것은 명백한 「쇼맨십」이었다는 것.
이같은 비난에 대해 지사 대변인실은 『당신네 기자들은 사고직후에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더니 이틀이 지나자마자 더러운 정치인으로 만들려 한다』고 항변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