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여객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조되기까지 글자 그대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 4명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던 李昌雨(이창우·29·LG전자)씨는 구조되어 다리수술을 받은 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을 겪었다』며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의 좌석은 56K.
옅은 잠이 든 이씨는 요란한 소리에 눈을 떴으나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기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잠결에 애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꽝」하는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죠』
이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몸이 비행기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휘발유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숨을 쉴 수 없었고 눈도 뜰 수 없었다.
주위에는 온통 신음소리가 가득했으며 사방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구조대가 도착한 것은 정신을 차린 뒤 20분쯤 지나서였다.
어머니와 딸이 모두 큰 탈없이 구조돼 사고현장에서 「기적의 모녀」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지니 심씨(30). 심씨는 병원에서 무사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믿어지지 않는지 딸 안젤라(6)의 몸을 연신 끌어안았다.
14년전 괌으로 이민온 심씨는 딸과 함께 서울에 사는 친지들을 만나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고 한다. 심씨 모녀의 좌석은 1등석 창가.
사고직전 기체가 「쿵」 소리를 내며 땅에 부딪쳤지만 착륙한 줄 알았다.
순간 기체가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가방이 떨어져 내렸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듯하더니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옆에 앉아있던 딸이 걱정돼 손을 뻗으려 했지만 심한 진동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애가 탔던지…』
곧 의식을 잃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기내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은 벽을 치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심씨는 딸에게 자꾸 말을 걸며 정신을 잃지 않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천장으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씨는 『바로 앞에 앉았던 노부부는 구조대가 흔들어도 움직임이 없었다』며 몸을 떨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