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안기부법 인정 안팎]『不法불구 유효』모순된 결정

  • 입력 1997년 7월 16일 20시 43분


헌법재판소가 16일 지난해 12월 신한국당에 의해 이루어진 안기부법 등의 국회날치기 통과절차가 불법임을 인정하면서도 해당법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모순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날치기처리가 국회의원들의 권한인 법률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다수의견(6대3)으로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날치기로 통과된 법률중 이미 폐지돼 재개정된 노동관계법을 제외한 안기부법의 효력은 인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신한국당이 지난해 12월26일 본회의 개의시작 30분전에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에 개의시간이 오전6시로 변경됐음을 통지, 야당의원들이 법률안 심의 표결과정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헌법에 부여된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위헌여부에 대해서는 재판관 6대3의 다수의견으로 기각결정을 내려 안기부법의 효력을 인정했다. 金容俊(김용준) 金汶熙(김문희) 李永模(이영모)재판관 등 3명은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한다면 법률의 소급적 무효가 돼 국법질서 안정의 위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李在華(이재화) 趙昇衡(조승형) 高重錫(고중석)재판관 등 3명은 『입법과정에서 소수파에게 출석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다수파만으로 단독처리한 것은 다수결 원리에 의한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안기부법이 무효라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재판관 3명은 각하(중립)의견을 내 결국 재판관 6대3의 다수의견으로 안기부법의 효력이 형식적으로는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이날 안기부법이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제정됐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안기부법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도 이날 결정선고 후 『국회는 헌재에 의해 확인된 안기부법 제정 등의 위법상태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李石淵(이석연)변호사는 『법률제정절차가 잘못이라면 당연히 법률의 효력도 무효화돼야 한다』며 『헌재가 타협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정에서 헌재가 그동안 국회의장과 국회의원간에는 권한쟁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꿔 권한쟁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국가기관의 권한쟁의 판단범위를 넓힌 것은 진일보한 결정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회의 柳鍾珌(유종필)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는 날치기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날치기를 지시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이를 실행에 옮긴 신한국당, 특히 새벽에 버스에 실려 국회 뒷문으로 들어가 날치기에 동참한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은 머리 숙여 국민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자민련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날치기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극히 온당한 결정으로 환영한다』며 『여야합의를 거치지 않은 안기부법은 권한침해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즉각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영묵·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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