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은 흘러 흘러 산으로 간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 청산중학교 국어교사 金成將(김성장·39)씨.
지난 7일 오전수업을 마친 그는 점심도 잊은 채 한참 운동장을 서성거리다 서예실로 들어가 붓을 잡았다. 군대를 갔다온 뒤 27세의 늦은 나이로 사범대학에 진학, 참교사를 꿈꾸며 마음에 새긴 글귀였다.
김교사는 지난달 28일 군교육청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했다.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7일까지 지역신문에 네차례 실은 기고문 때문이었다.
김교사는 이 기고문에서 「보충수업은 학생과 교사의 인간적인 만남을 방해하고 학교수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교육청은 이 기고문을 문제삼아 지난 6월초 청산중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김교사는 「보충수업을 하라는 명령을 거역하고 교장에게 대들고 학교업무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운영위의 학부모측 위원 4명은 지난 3일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학부모 1백1명의 서명을 받아 군교육청을 항의방문했다.
학부모 운영위원중 한명인 韓仲烈(한중렬·45·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씨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시골 중학교에서 김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김교사가 같은 군내에 집이 있는데도 학생 학부모와 함께 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집을 새로 마련했고 특히 학부모들을 위해 매일 저녁 무료로 서예강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대한 입시교육의 틀」을 개선해 보겠다는 한 시골 교사의 고독한 싸움은 뜻있는 교육을 지향하는 지역인사들의 최대 현안이 돼 있다. 군교육청은 오는 14일 김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다시 연다.
〈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