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총재 시민토론회]『집권땐 「세계5强」 자신』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13일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자신의 약점에 대해 변명하기보다는 「시인할 것은 시인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토론회가 있기 10여일 전부터 참모진들과 여러차례 「도상훈련」을 실시한 김총재는 시종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을 능숙하게 받아넘겨 「정치 9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김총재의 「아픈 대목」에 대한 질문이 예상외로 적어 패널리스트들이 「솜 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회의는 물론 자민련 당 3역과 朴哲彦(박철언)부총재 등이 참석해 사회자로부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동의총장을 방불케 한다』는 촌평을 듣기도 했다. ○…김총재는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역량을 높이 평가한 뒤 『우리당이 집권하면 21세기 4분의1분기 이내에 우리 경제를 세계 5강대열에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총재는 이어 『나는 때때로 우리 민족이 낳은 탁월한 영웅으로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며 『지금 국경없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 외교 경제 문화 기술을 세계적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세계의 선두대열에 낄 수 있도록 다시 광개토대왕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盧泰愚(노태우)씨로 부터 20억원 수수 사실을 먼저 고백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금은 후회가 된다』고 말해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김총재는 또 국민대 金榮作(김영작)교수가 『자민련과의 연대라는 것이 내각제는 자민련에 주고 단일후보는 양보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묻자 『김교수는 어떻게 우리 속셈을 그리 잘 아느냐』고 받아 넘겼다. 김총재는 대권4수에 대해서도 『우리말에 7전8기라는 말도 있는데 나는 3전4기밖에 안된다. 그것이 책망받을 일인가』라고 응수했다. 김총재의 측근들은 사전 준비모임에서 『이 기회를 빌려 하지 못했던 얘기를 다 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는 되도록 짧게, 답변은 진솔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논란을 벌였는데 후자로 대세가 기울었다는 후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총재의 3남 弘傑(홍걸)씨의 결혼축의금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 김총재는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나오는데 노대통령이 축의금이라며 1백만원 수표로 2억원 정도가 들어있는 봉투를 주기에 일단 받았다가 「필요하면 나중에 찾으러 오겠다」고 다시 되돌려줬다』고 해명. 김총재는 또 『한 경제인이 「도와주겠다」고 해 갔더니 6억원이 든 봉투를 주면서 「반은 노대통령이 주는 것」이라고 해 그 자리에서 돈을 세어 반은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날 김총재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자신의 지론인 거국내각을 정식으로 제안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올 대선에서 김대통령의 중립을 보장받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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