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집중수사를 받고 있는 金賢哲(김현철)씨와 김씨의 측근으로 안기부 운영차장을 지낸 金己燮(김기섭)씨가 공생을 위한 「공작」을 벌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현철씨가 국회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한 이후 여권에 있는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철씨의 청문회 증언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내 사파이어빌라에서 정부 고위인사와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극비 회동과 관련, 검찰출두를 앞두고 있는 현철씨를 적당한 선에서 사법처리하고 김전차장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며 현철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 사장의 귀국을 지연시키는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부 여권 핵심인사들이 검찰에 「여론 때문에 현철씨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면 적당한 건으로 매듭짓고 김전차장은 구속하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말부터 검찰 수뇌부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수사팀의 생각과는 달리 「5월초 현철씨 소환」을 공언한데 대해서도 현철씨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 수사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데도 불구하고 빨리 소환하라는 것은 수사를 확대하지 말고 대충 마무리지으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현철씨와 김전차장은 미국에 체류중인 이성호씨의 귀국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철씨와 김전차장이 사적인 채널은 물론 일부 공적인 채널까지 동원해 이씨가 계속 미국에 머무르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그러나 김전차장의 「현철씨 살리기 공작」은 자신이 수십억원을 한솔그룹에 은닉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전차장 자신의 검찰소환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