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씨 자살 이모저모]『혐의 혼자 쓰고 싶었다』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朴錫台(박석태)씨의 부인 김주영씨(50)와 1남4녀 유가족은 청문회 출석이후 『죽고 싶다』는 말을 해온 박씨가 끝내 자살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슬픔을 가누지 못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박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동생 석보씨(57)는 『형님이 청문회에 나가기 전날 내게 전화를 걸어와 「궂은 일과 어려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다 나혼자다뒤집어쓰게됐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며 『마음 약한 우리 형만 희생됐다』고 눈물. 박씨의 시신이 삼성의료원 영안실로 옮겨진 뒤 박씨의 부인은 주위 친지들을 붙잡고 『남편이 썩은 사과상자라도 받았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신. 이어 29일 0시10분경엔 지난 7일 입대, 논산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던 중 비보를 접한 박씨의 막내 외아들인 松柱(송주·22·경희대 2년휴학)씨가 빈소에 도착, 아버지의 영정 앞에 엎드려 절한 뒤 흐느끼며 일어서지 못해 주위 사람들이 가까스로 부축해 일으켰다. 〈이현두·정위용·이승재·이명건 기자〉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朴錫台(박석태)전 제일은행상무는 최근 주위사람들에게 『윗사람의 얘기를 뒤집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말해 한보사태로 수사를 받으면서 은행장들과 다른 진술을 한 것을 괴로워하다 끝내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전상무는 지난 25일 학다리중고교 동문회에 참석한 뒤 N변호사(56·사시1회)와 중앙대 Y교수 등 동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전상무는 『검찰조사와 청문회에서 윗사람들과 다른 얘기를 해 그분들에게 죽일×이 된 것같다』면서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체중이 줄고 마른 구역질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전상무는 『내가 (은행장들의 혐의를) 모두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고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자식들 생각 때문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죄를 뒤집어쓰려해도 검찰조사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광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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