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서정임/무의탁 칠순노인 숫자 깨치곤 함박웃음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5, 6년전부터 한국노인복지회 소속 가정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부다. 의지할 곳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10여분을 방문, 말벗이 돼주고 간병을 하거나 밑반찬을 해드리는 등 봉사를 하고 있다. 그중에 71세의 박복순 할머니가 계시다. 오래전부터 혼자 사시는데 몇년전 허리를 다쳐 걸음을 잘 못걷고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화장실 출입을 할 정도다. 그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해드릴까 생각하던 중 할머니가 전화를 스스로 걸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한글을 가르쳐 드리기로 했다. 1주일에 한번씩 숫자를 가르쳤는데 쓰고 읽고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되풀이 하다 드디어 한달만에 성공했다. 숫자를 깨우치던 날 할머니는 중요한 서류에 결재를 하듯 번호를 꼭꼭 눌러 친구분에게 전화를 했다. 상대방에게서 응답이 나오자 할머니는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다.『할머니, 드디어 해내셨네요』나도 더없이 기뻤다. 그뒤 할머니는 친구와 친척에게 전화를 거는게 낙이라고 했다. 그뿐 아니라 연탄배달을 직접 시키고 동사무소에 전화, 민원도 해결하신다. 문맹노인에게는 글을 가르쳐 드리는게 무엇보다 큰 봉사라 생각한다. 서정임(서울 구로구 개봉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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