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입수 청문회대책 보고서]『「 K역할 재평가 」 언론 이용』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본사취재팀이 朴泰重(박태중)씨 집의 쓰레기 봉투에서 입수한 金賢哲(김현철)씨측 극비 내부보고서는 현철씨측이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도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모두 12쪽으로 이뤄졌다. 특히 보고서내용중에는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와 국정조사특위 의원들은 증인채택불가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함」 「특위공전이 우리쪽에 유리할 수 있음」 등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쳐 여권에 끼치는 김씨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현철씨에 대한 의혹설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던 시점에서 보고서가 작성됐음에도 반성은 커녕 신한국당 총재 수준의 「작전」을 짜는 등 당돌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현철씨측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여론무마작업. 언론대책은 전문가를 뺨칠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밀하다.

『현재 언론이 기를 쓰고 달려들더라도 이에 사안별로 맞대응하는 것은 중과부적임. 당분간은 K(현철씨를 지칭)의 모든 영향력과 네트워크가 단절된 것으로 외부에 비칠 것임. 언론기사에 대해 일절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K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할 수 있는 계기로 역이용할 수 있음』

현철씨가 한보의혹설이 여기저기에서 불거져나온 이후 거의 언론접촉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 것도 이같은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지식인을 통한 재평가작업. 이들은 보고서에서 『어른(대통령을 지칭)의 대국민사과 후 바로 이어지는 수구세력의 등장과 개혁의 후퇴에 대해 많은 지식인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런 여론을 K에 대한 재평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언론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보고서는 『재정경제원장관의 금융실명제보완 발언에 대해 부패구조의 악순환을 가져오며 대선과 맞물려 검은 돈의 정치권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단하다』고 적어 놓았다.

이어 『특히 많은 지식인과 사회단체가 (금융실명제 보완에 대해) 비판하고 있으므로 이런 여론을 K의 역할과 관련,(개혁세력으로)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철씨 문제는 현 대통령임기중에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여기에서 무너지면 대선까지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인식하에 사력을 다해 청문회출석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들은 『K문제는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검찰의 고소인조사를 통해 국민적으로 사법적으로 처리가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규정짓고 『70%이상의 국민이 대통령의 현철씨 처리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종식·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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