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5인 국가위기 처방]강원용/『여론 수렴 힘써야』

  • 입력 1997년 3월 23일 19시 45분


우리나라에는 전제군주시대부터 「민심이 천심」이라는 정치철학이 있어왔다. 노동법날치기통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한보사태―대통령 차남 金賢哲(김현철)씨 사건 등으로 지금 민심이 극도로 이반했다. 4년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국민에게 『한국병을 고치고 새한국을 만들겠다』고 여러번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병은 지금 더욱 심해졌다. 대통령이 주권자 4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하더라도 나머지 58%도 끌어안을 생각을 해야하는데 영호남의 대립은 물론 영남마저 PK TK로 분열됐다. 김대통령은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정치가 아니라 모든 것을 지시하는 정치를 해왔다. 대통령주위에 반드시 있어야할 세종류의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옳은 말을 하는 스승같은 사람, 모든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일을 같이 하는 동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테크노크라트가 없었다. 대통령은 원로들을 가끔 불렀지만 자기얘기만 했고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나눠 질 동지도 그의 곁에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당이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민심을 얻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야당이 대체세력이 될 수 없다는데 우리나라의 위기가 있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통령을 위시한 모든 지도층이 방향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을 캐내어 올바로 잡더라도 나라공동체를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강원용<크리스찬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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