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오인신고 폭주…경찰 여기저기 「허탕출동」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한영씨 피격사건 이후 쏟아지는 시민들의 간첩오인신고와 허위신고에 긴급출동하고 있는 경찰의 하소연이다. 17일 오후 4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1동 주공3단지 357동 옥상에 스포츠형 머리의 40대 초반의 남자가 권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맞은편 358동을 겨누고 있다는 주민 이모씨(45·주부)의 신고가 들어왔다. 서초경찰서장과 30여명은 『간첩이 총을 쏠지도 모르니 사복을 입고 출동해 달라』는 이씨의 주문에 따라 황급히 사복으로 갈아 입느라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탐문수사결과 용의자는 이씨와 같은 동에 사는 배모씨(47·주부)로 밝혀졌다. 배씨는 이웃집에 놀러갔다 옥상끼리 연결된 통로로 집으로 가던 중 결혼을 앞둔 딸의 혼수문제를 생각하며 옥상난간에 팔을 올려놓고 잠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손을 총으로 잘못 본 것이다. 같은 날 오후 2시경 수원 남부경찰서에는 경부선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부근에서 검정색 쏘나타 운전자가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이 차적조회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인테리어업을 하는 김모씨(40·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삐삐를 권총손잡이로 오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17일 오후 이모씨(44·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모씨(29·여)가 이한영씨와 함께 다니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고씨의 신원을 조사한 결과 고씨는 신고자 이모씨(44·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채무자로 도망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추궁을 받은 이씨는 결국 『고씨를 잡아 빌려준 2천만원을 찾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지방경찰청에는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간첩신고가 이씨 피격이후 하루 10여건이 넘고 있다. 경기 성남지역의 간첩신고를 일괄 접수하고 있는 성남남부경찰서도 거의 없던 간첩신고를 요즘 하루 5∼7건씩 접수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韓豊鉉(한풍현)경비과장은 『오인신고가 많아 급히 출동했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지만 관심을 갖고 신고를 해주는 시민정신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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