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불길/賢哲씨 수사촉각]『안할때 축소수사 비판』부담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하종대 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번 사건의 「숨은 배후」라는 미확인 설(說)의 당사자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에 대한 조사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조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혜대출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거나 한보측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한 단순히 시중에 떠도는 소문과 의혹만으로는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사 불가」입장을 계속 고수해야 할지 아니면 조사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고심하는 이유는 우선 이번 사건의 성격상 현철씨를 조사하지 않고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정치권 안팎과 세간의 의혹을 씻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당측은 지난 11일 『한보사태는 현철씨가 주동이 된 사건이다. 현철씨가 한보철강 공사현장을 두번이나 방문했다』며 현철씨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구체적인 수뢰증거는 없지만 방문사실 등이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야권의 주장. 또 같은 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도 검찰출두에 앞서 『나는 바람이 불면 날리는 깃털에 불과하다』며 「깃털론」을 제기하는 등 신한국당 내부에도 의혹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또 현철씨를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끝낼 경우 축소수사라는 비난과 함께 재수사 요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럴 경우 그동안 민주계 실세까지 구속하며 노력한 검찰수사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현철씨를 조사함으로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세간의 의혹을 과연 잠재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검찰조사가 현철씨가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힌 「사실무근」주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또다른 비난의 구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수서비리사건 때도 검찰은 축소의혹이 제기되자 洪性澈(홍성철)전대통령비서실장과 金鍾仁(김종인)경제수석 등 고위인사들을 소환조사했으나 「해명성 수사」에 그쳤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현철씨의 조사여부는 어느 곳에선가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제시하지 않는 한 야권의 공세수위와 여론의 향방, 김대통령의 의중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