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 기자] 9일 검찰에 적발된 「꽃뱀공갈단」들은 피해자를 골라내 유인하는 단계에서 돈을 뜯어내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철저히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검찰수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먼저 범행 전체를 기획총괄하는 「설계사」가 「찍새」를 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평소 도박 등으로 세월을 보내는 꽃뱀공갈단의 「설계사」는 대개 도박빚을 진 사람을 「찍새」로 끌어들여 범행대상이 될 사람을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도박빚을 손쉽게 갚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찍새」는 자기 주변의 동료들 중 「꽃뱀」에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을 골라 「설계사」에게 소개한다.
이번에 「꽃뱀」에게 물려 2천8백만원을 날린 피해자 장모씨가 「꽃뱀」을 소개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빚에 쫓긴 동료직원 송덕규씨(36·경북 울진군청 화생방계장·구속중)였다.
「설계사」가 「찍새」로부터 「호구」라 부르는 범행대상자를 소개받을 때 아무나 소개받는 것은 아니다. 강간이나 간통으로 고소됐을 때 거액의 합의금을 줄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을 가진 사람으로 「꽃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만한 사람 그리고 형사고소나 폭행 협박에 쉽게 굴복하는 유순한 성격인 사람을 「호구」로 꼽는다.
이같은 선정작업을 거쳐 「호구」가 확정되면 설계사는 즉시 「꽃뱀」과 「바람잡이」 「해결사」에게 연락, 역할을 부여한 뒤 「작전」에 들어간다. 이들이 피해자를 유인할 때 가장 애용하는 수법은 「호구」를 데리고 나온 「찍새」가 「꽃뱀」을 우연히 만난 것으로 가장, 합석해 술을 마시고 중간에 「찍새」와 「바람잡이」는 슬쩍 빠지는 수법. 경우에 따라서는 「찍새」와 「바람잡이」가 아예 여관방까지 잡아주기도 한다.
이들 「꽃뱀공갈단」에 넘어가 피해를 본 사람들은 슈퍼마켓주인 청원경찰 건축업자 대학생 회사원 등으로 다양한데 하나같이 공갈단의 치밀한 수법에 쉽게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꽃뱀」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갖는데 성공하면 이튿날 바로 남편 삼촌 이모부 등을 가장한 「해결사」들이 들이닥쳐 『형사고소하겠다』고 협박, 돈을 뜯어낸다.
그러나 피해자가 끝내 요구를 거부하면 곧바로 형사고소, 피해자를 강간혐의로 구속시킨 뒤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법도 썼다.
검찰관계자는 이와 관련, 『꽃뱀공갈단은 모녀 또는 부부가 「꽃뱀」과 「해결사」로 나서는 등 가장 패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건전한 사회인을 범죄인으로 만드는 등 피해가 극심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수사해 이를 뿌리뽑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