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씩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자금을 변칙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검찰과 한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보그룹은 지난 92∼96년 사이에 한보철강 한보 상아제약 등 일부 계열사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씩의 별도 자금을 마련해 관리해왔다.
특히 한보철강은 전국 각 대리점에 본사에서 발행한 어음의 할인을 강제로 할당하는 방법으로 매달 20억∼30억원씩의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보의 경우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중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되돌려받아 이 자금 역시 그룹차원에서 별도 관리해왔다는 것.
이밖에도 유원건설 인수과정에서 제일은행이 지원한 수천억원중 일부자금이 인수비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그룹 비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세양선박 한보철강열연대리점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개인소유 기업체도 거액의 수익금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보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비자금의 조성은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정총회장과 가까운 친척 정모씨가 이 비자금을 직접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처럼 한보그룹도 통상적인 회사운영자금과는 별도로 자금을 조성했다는 자금담당자의 진술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 자금의 정확한 규모나 성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보그룹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대부분 은행대출을 받아낼 목적으로 위장계열사를 인수하는 자금으로 사용되고 일부 자금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金正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