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인신구속제도]현행범도 체포적부심 신청 가능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河宗大기자」 새해 1월1일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수사 관행이 사라지고 불구속 재판원칙이 지켜지는 새로운 인신구속제도가 시행된다. 이를 위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한 체포와 체포적부심제, 영장실질심사제, 기소전 보석제도 등 피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신설됐다. 아울러 기존의 구속적부심제와 보석제도 등도 크게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달라지는 검경의 수사절차와 피의자의 권리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통해 알아본다. ▼범죄 예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과장(34)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옆테이블의 손님과 사소한 시비끝에 주먹을 휘둘러 상대방의 앞니 2개를 부러뜨리고 입술을 찢는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김씨는 소동을 벌이는 동안 술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파출소로의 동행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며 이 순간부터 어떤 권리를 갖고 있을까. ○ 임의동행 관행 없어져 ○ ▼경찰서 연행과정 김씨는 다른 사람과 싸우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연행하러 왔을 때 현행범에 해당한다. 따라서 김씨가 경찰의 파출소 동행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연행과정에서 경찰이 김씨에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와 묵비권 행사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 등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김씨는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절차문제에 하자가 있을 경우 곧바로 석방한다는 게 법원의 방침인 만큼 이 경우 김씨는 석방될 수 있다. 그러나 김씨가 싸움이 끝난 뒤 피해자의 고소에 의해 피고소인이 됐을 경우에는 현행범이었을 때와 다르다. 김씨는 경찰의 소환일시에 대해 사유를 들어 일시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종전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경찰이 「갑시다」하면 「임의동행」이라는 명목으로 경찰서로 불려가는게 관행이었다. 물론 내년에도 김씨가 무조건 경찰의 소환을 거부할 수는 없다.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힌 잘못이 있기 때문에 소환에 응하지 못할 불가피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원의 체포영장에 의해 강제연행될 수 있다.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신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석방될 수 있다. 파출소 경찰관은 파출소로 연행된 김씨의 이름과 주소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묻고 경찰서로 인계한다. ○ 영장청구시한 48시간 ○ ▼경찰수사 및 구속영장 청구 피해자는 경찰서에서 김씨에게 치료비 전액과 사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치료비 및 위자료조로 1천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서로 시비끝에 언성이 높아지면서 폭력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치료비는 물어준다 해도 위자료 1천만원은 너무 심한 요구라 들어줄 수 없다. 김씨는 물론 경찰에서 때린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이 경우 김씨는 어떻게 처리될까. 종전에는 김씨가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만한 특별한 정황이 없는 한 전과가 없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을 경우 구속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김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직업이 안정돼 있는 등 도주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불구속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정형량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도주우려가 있다고 간주돼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에게 적용가능한 상해죄는 법정최고형이 징역 7년이어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의자들은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한 법정형량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경찰은 일반적으로 김씨를 연행한 순간부터 36시간 이내에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검찰은 연행 48시간 내에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면 김씨를 석방해야 한다. 종전에는 연행부터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직전까지 「임의동행」으로 간주, 연행한 뒤 48시간이 훨씬 지나더라도 대충 넘어가기 일쑤였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김씨의 구속여부를 가리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구속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법관은 김씨가 피해자에 대해 보복할 가능성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 구속적부심 크게 늘듯 ○ ▼구속적부심과 기소전후 보석 김씨는 비록 영장이 발부돼 구속되더라도 곧바로 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비록 구속적부심이 기각되더라도 기소전 보석제도와 기소뒤 보석제도를 통해 김씨가 석방될 수 있는 길은 남아 있다. 그러나 김씨가 이같은 불구속원칙을 맹신한 나머지 남을 폭행하고도 치료비 등을 물어주지 않고 불구속처리된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경우 법정에서 징역 등 실형이 선고돼 나중에 구속될 수 있다. 비록 검찰과 법원이 불구속수사 및 재판원칙을 고수하더라도 범죄가 인정됐을 경우 이에 대한 형량은 종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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