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동산 범행 왜 몰랐나]경찰 소극수사…유족도 비협조

  • 입력 1996년 12월 12일 19시 57분


지난 82년 경기 이천시에 둥지를 튼 사이비종교집단 「아가동산」의 범죄행위가 10여년 이상 드러나지 않은 것은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와 병원의 무책임한 시체검안서발부, 유족의 사인은폐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수사와 관련, 탈출신도들은 지난 87년부터 88년까지 최낙귀군(87년 피살 당시 7세) 등 신도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을 때 『경찰은 이에 대해 별다른 수사를 벌이지 않고 단순사망으로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교주 金己順(김기순·56)씨의 말을 듣지 않고 과일나뭇가지를 잘랐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윤용웅씨(88년 피살 당시 46세)의 장남 윤경원씨(33)는 『당시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으나 나를 한차례 불러 조사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진정서를 내도 경찰이 계속 아가동산을 무혐의처리하자 지난 6월에는 경기도지사앞으로 아가동산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 지난 7월경 이천경찰서에 사건수사를 촉구하는 공문을 내려보냈고 그제서야 경찰은 『폭행치사는 공소시효가 7년이므로 시효가 지나 수사의 실익이 없다』고 검찰에 보고했다. 시체검안을 담당했던 병원 의사들도 아가동산측의 범행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데 일조했다. 당시 의사들은 집단폭행을 당해 숨진 최군은 선천성심장질환, 윤씨는 농약음독에 의한 자살로 각각 결론지었다. 가족이 타살된 줄 알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사인을 허위로 신고한 가족들의 태도도 문제다. 피해 가족들은 수많은 목격자와 폭행가담자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검찰에서 『피살된 것이 아니라 병으로 사망했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 사건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천〓韓正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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