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여중생 「과외病」스트레스 심각…탈모 야뇨증 호소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14분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학교성적관리는 물론 과중한 과외공부와 학원공부에 시달리는 초중학생들이 이른바 「과외병」으로 일컬어지는 각종 스트레스성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대표적인 「과외병」은 △머리털이 빠지는 증상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퇴행 증상 △잠시도 가만히 못있고 눈을 깜빡거리거나 고개를 흔드는 틱(Tic)장애 △우울증 등이다. 서울 강남의 B초등학교 5학년 이모군(11)은 학교에서 귀가 후 밖에서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방에도 들어가지 않으며 문 손잡이나 TV채널 등은 꼭 헝겊으로 싸서 돌리고 급기야는 식사도 자기방에서 혼자 먹는 등 심한 결벽증세를 보여 1년이 넘도록 신경과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측은 아버지가 대학교수인 이군이 영어 산수 등의 수업을 받으면서 평소 부모로부터 항상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하는 강요를 받아 정신적 부담때문에 결국 심한 결벽증세를 보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서울 서초구의 모 중학교 1학년 김모양(13)은 다 큰 나이에 야뇨증 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가 고교 교사인 김양은 과외시간표까지 컴퓨터로 짜서 관리하는 어머니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5∼6개의 과외를 받아왔다. 현재 김양은 반에서 반장을 하며 1∼2등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학교에 와서도 야뇨증에 시달려 학교에서 가는 캠프도 못가는 등 심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양은 유치원 때는 소변을 가렸으나 초등학교 진학이후 소변을 가리지 못해 현재 신경정신과에서 6개월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피부과에는 한달에 약 10여명의 어린이 탈모증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박모군(9)은 처음에는 동전만한 크기로 머리카락이 빠져나가 치료를 받았지만 6개월만에 모두 빠져 모자를 쓰거나 가발을 쓰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소아피부과 朴景贊(박경찬)의사는 『어린이 탈모증은 성인처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과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원인』이라고 말했다. 「과외병」은 이밖에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무조건 먹어대는 증세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정신집중을 못하는 정서불안증 △공격적 행동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비행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어린이 스트레스성 증상은 부모의 학력과 지적수준이 높고 완벽주의자인 경우에 더 많이 발생한다』며 『부모가 아이들의 과외나 학원공부를 줄여주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대화를 통해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田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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