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년 교황 방북’ 피스메이커 구상 재가동… “두드리면 열릴 것”

  • 동아일보

배석자 없이 30분간 교황과 면담
한반도 평화기여 요청에 교황 호응
내년 방한때 北도 방문 여부 주목
유흥식 추기경 “北이 여건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면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면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 단절돼 어렵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추진하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남북 대화 재개, 한반도 화해 차원에서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교황의 방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피스메이커(Peacemaker)’ 구상을 재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 李 ‘한반도 평화 안정 기여’ 요청에 교황 호응

이 대통령은 이날 레오 14세 교황과 교황청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겸 국무원장을 각각 만났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교황님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말씀드리고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배석자 없이 교황과 30분간 면담한 자리에선 남북 관계 개선 방안들이 논의됐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민주화 과정에서 천주교의 기여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천주교의 기여와 역할에 대해서 기대를 표시했다”며 “이에 대해 교황의 호응하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파롤린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도 남북 대화 재개 노력을 설명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대화 노력에 대해 ‘인내뿐만 아니라 희망이 필요하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27년 서울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이 한국에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교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황의 방북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교황의 방북 성사는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다. 2018년 10월과 2021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바티칸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으면서 방북이 무산됐다. 유 추기경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교황을 초청하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며 “교황이 미국인이다. 북-미 관계를 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교황에게 ‘하느님의 품’ 조각상과 한국 백자 다용도 합을 선물했다. 청와대는 조각상에 대해 “성경 속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절제된 조형미로 표현한 조각 작품”이라며 “인간에 대한 연민과 용서, 화해와 공동체의 회복을 상징한다”고 했다.

● 정부, 北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도 평화 프로세스 재추진

정부는 이날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맞아 남한을 적대시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6주년 기념식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6·15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공존의 출발점”이라며 “비록 그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공존이야말로 남북 모두가 상생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26년 전 남북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게재한 데 대해 “이란 전쟁이 종결되면 김 위원장을 만나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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