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찾은 李 “국가폭력, 나치처럼 영구 책임… 훈장 박탈 당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0일 04시 30분


4·3사건 피해자-유가족들 만나… “왜곡 행위 처벌” 특별법 개정 약속
경찰, 훈포장 7만여건 전수조사… 고문-간첩조작 등 서훈 취소키로
국방부, 박진경 훈장 적절성 검토

제주4·3사건 제78주기를 앞둔 29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위령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제주=청와대사진기자단
제주4·3사건 제78주기를 앞둔 29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위령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제주=청와대사진기자단
“대한민국에서는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 처벌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제주도를 방문해 4·3 희생자 유족 및 생존 희생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해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에 대해 영구적으로 책임을 묻도록 법적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또 과거 4·3사건 진압 공로로 수여된 정부 서훈에 대해 취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국가 범죄 영구히 책임지게 할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유족 오찬 간담회에서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해 살아 있는 한 형사 책임을 지고 자손들도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서 민사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가 폭력에 의한 특히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주장이었다”며 “그때(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기본 골격으로 해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5월 제주 유세에서도 “국회에서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이 통과되는 순간 거부하지 않고 즉각 사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4·3사건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4·3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4·3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4·3 특별법 개정 추진을 약속했다. 이어 희생자 유족 신고, 가족 관계 정정, 보상 신청 등의 기간 연장과 함께 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2,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 일정을 감안해 제주 방문 일정을 앞당겼다.

● 경찰 표창 전수조사… 고문·간첩 조작 등 서훈 취소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 방문에 앞서 X(옛 트위터)에 “고문과 사건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청은 이날 경찰관에게 수여된 정부 훈·포장과 대통령 및 국무총리 표창 등의 공적 사유를 전수조사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고문이나 간첩 조작 등 공로로 받은 서훈을 가려내고 이를 취소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이달 초부터 1945년 경찰 창설 이래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모든 서훈 7만여 건의 공적 사유를 전수조사 하고 있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조사 결과 공적 사유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를 공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겠다는 것. 경찰은 전수조사가 끝나는 대로 취소 대상자를 국무총리실에 보고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날 “고 박진경 대령 등 무공훈장 서훈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당시 서훈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4·3사건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한 취소 근거 마련에 관한 진행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는 제주4·3 당시 민간인 강경 진압 의혹을 받는 고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방침을 밝혔지만 무공훈장은 유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각 기관의 취소 요청이 들어올 경우 기존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안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취소 요건을 검토하고 관계 부처 협의와 공적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 안건 상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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