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민주당 주류 차지 2년 안돼
‘노사모’ 출신 정청래 당대표 되면서
구주류의 새로운 구심점 떠올라
친명 “벌써부터 특정인 대권놀이에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 주장까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후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이언주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추진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해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등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의 이면에는 당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 구(舊) 주류였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권력투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인 정 대표가 친문 대표 주자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손잡고 당 주류를 차지하기 위한 친노·친문계의 권토중래(捲土重來·실패하고 떠난 뒤 실력을 키워 다시 도전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친명계가 정 대표와 조 대표 간 밀약설을 제기하며 합당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도 합당이 주류 교체를 위한 포석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鄭 앞세운 구 주류 결집에 위기감 느낀 친명
친명계가 당내 주류 자리를 차지한 건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인 2024년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을 거쳐 175석으로 압승하며 당내 세력이 재편된 것.
문재인 대통령 시절 최대 계파였던 친노·친문 진영은 친문 적자로 꼽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미투’ 사건으로 차기 주자 후보군에서 제외되고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구심점을 잃게 됐다. 여기에 2023년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거치면서 친노·친문계 일부는 ‘수박’으로 몰려 2024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정 대표가 친명 핵심으로 꼽힌 박찬대 전 원내대표를 제치고 지난해 8월 당 대표에 오르면서다. 정 대표 측인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조승래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안희정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대표가 친명계의 반발에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강행하자 386 운동권을 주축으로 한 친노·친문 그룹이 성남·경기라인 등이 주축이 된 친명계로부터 주류를 되찾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명 지지층 사이에서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은 당 대표를 연임하고, 그 대신 조 대표의 2030년 대권 도전을 지원한다는 이른바 ‘합당 밀약설’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친노 인사인 유시민 작가가 2일 유튜브에서 조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빨리 합쳐야 한다”며 “큰 배를 띄우려면 반드시 본류를 타야 된다. 지류를 타면 나처럼 된다”고 하면서 친노·친문 주류 교체 시도라는 해석에 기름을 부었다.
● 친명 “‘정·조 연대’는 金 방어막”
정 대표의 합당 추진과 연임을 막으려는 친명계 의원들의 공세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4일에도 정, 조 대표를 향한 공개적인 견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 ‘자기 알박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합당을 통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정청래와 조국의 민주당으로 프레임이 전환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호 의원은 유 작가가 최근 “조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민주당과) 합쳐야 한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마치 민주당이 조국 대표를 대통령 만들어야 되는 자양분처럼 여기게끔 말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에선 김민석 국무총리를 당권 주자로 내세워 정 대표가 보여준 ‘당정 엇박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적 공백이 길었던 김 총리도 친노·친문계와는 거리가 멀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정·조(정청래·조국) 연대’는 자기들의 입지를 구축하고 세력을 확장하고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려는 것”이라며 “정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차기 당권 주자인 김 총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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