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원오 구청장 잘한다” 지방선거 앞 띄우기… 野 “관권선거”

  • 동아일보

鄭 서울시장 출마선언 앞두고
李, SNS에 칭찬 글… 明心 논란
오세훈측-나경원 “선거개입” 반발
與도 “당무개입 우려” 불편한 기색… 일각 “새로운 인물로 판 키우기”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분권과 균형 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됐다”며 “대한민국이 ‘5극 3특’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어 감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분권과 균형 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됐다”며 “대한민국이 ‘5극 3특’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어 감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정원오 서울 성동 구청장의 구정 만족도가 92.9%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함께 게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특정 구청장을 지목해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정 구청장이 이달 중순 서울시장 출마를 예고한 가운데 이른바 ‘명심(明心)’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에선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측과 민주당 내 다른 서울시장 후보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李 “정원오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정 구청장에 대한 메시지는 이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 없이 직접 작성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정 구청장을 직접 지목해 칭찬한 것. 정 구청장은 즉각 SNS에 “원조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날 한 유튜브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언제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12월 중순”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정 구청장을 자신과 나란히 헤드테이블에 앉히면서부터 대통령실과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정원오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자리 계신 분 중에서 대통령 하실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정 구청장을 향한 의중을 드러낸 데는 자신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친 행정가 출신인 만큼 지방자치단체 출신의 행정가에 대한 선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정 구청장의 개인적 인연은 거의 없다”며 “기본적으로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을 좋아하는 데다 정 구청장이 구정 성과도 좋았다는 점에서 호감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지선 구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지역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해 표심이 보수화되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에서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에게 힘을 실어 판을 키우려는 취지라는 것. 여권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는 내란 청산 등 정치 이슈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라며 “오 시장의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를 선거 핵심 의제로 만들기 위해선 젊은 행정가형 후보로 맞붙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김민석 국무총리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차출설이 제기됐지만 대통령 측근 인사가 나설 경우 ‘정권 심판’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 총리는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정 대표의 대항마로 차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 野 “관권선거 비판”… 與 일각 ‘당무 개입’ 우려도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오 시장 견제에) 김 총리를 내세웠다가 안 되니깐 대통령이 직접 선수까지 내밀면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냐”며 “당과 공직을 향해 어떻게든 ‘오 시장을 이겨라’라는 메시지를 냈다. 개탄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도 이날 SNS에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며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불쾌한 기류가 감지됐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은 정 대표가 갖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자칫 ‘당무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당내 서울시장 후보들도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너무 일찍 명심을 드러내면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주자들이 김이 확 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정원오#서울시장#지방선거#선거개입#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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