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김·바둑알·빵까지…APEC 정상들의 선물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일 12시 58분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주고 받은 선물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신라 금관 모형이 대표적이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일본 위스키 ‘하쿠슈’ 등을 선물했다.

어떤 선물들이 글로벌 리더들 사이에서 오고 갔는지 살펴봤다.

● 천마총 금관 모형부터 황남빵·국산 김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 190돈(712.5g·약 1억4000만원)이 들어간 ‘무궁화 대훈장’과 함께 선물로 금박을 두른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금관 모형이다. 문화재 복제 전문가인 김진배 삼선방 대표가 제작한 도금 제품이다.

선물을 건네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다”, “정말 특별하다”고 감탄하며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지금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형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바로 실으라고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초 정부는 무궁화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양의 금관을 재포장해 ‘외교 행낭’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외교 행낭은 각국 외교공관이 본국과 외교 서류, 장비 등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공식 운반 수단이다.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주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야구배트와 야구공을 선물했다고 30일 밝혔다. 2025.10.30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주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야구배트와 야구공을 선물했다고 30일 밝혔다. 2025.10.30 대통령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인장이 찍힌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을 선물했다. 야구배트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딜런 크루즈 선수의 친필 서명이, 야구공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장이 각각 담겼다. 미국 측은 해당 선물에 대해 “미국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야구를 소개한 역사에서 비롯된 한미 양국의 깊은 문화적 유대와 공동의 가치를 상징한다”고 전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0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0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는 한국 김과 화장품을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 당시 한국산 김과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약식 회담인 만큼 선물을 교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처음 한국을 방문한 다카이치 총리를 위해 특별히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과 자매결연을 맺은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가 제작한 바둑알을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대표단에게 황남빵 200상자를 선물했다고 31일 밝혔다. 2025.10.31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대표단에게 황남빵 200상자를 선물했다고 31일 밝혔다. 2025.10.31 대통령실 제공
외교부의 심사를 거쳐 APEC 정상회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된 황남빵도 화제가 됐다.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이 대통령을 만나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갓 만든 황남빵을 한식 보자기에 포장해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밝혔다.

[경주=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위스키는 하쿠슈 25년을 선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photo@newsis.com
[경주=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위스키는 하쿠슈 25년을 선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photo@newsis.com
● 젠슨 황의 위스키 선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회장에게 건넨 일본 고급 위스키 ‘하쿠슈 25년’도 화제다. 황 CEO는 먼저 지난달 30일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만나 위스키를 선물했다. 그는 다음날 최태원 회장에게도 이 위스키를 선물했다.

하쿠슈 25년 위스키 가격은 약 700만 원대다. 1973년 일본 산토리그룹에서 설립한 하쿠슈 증류소에서 생산된다. 증류소는 일본 미나미알프스 산맥의 해발 708m 산기슭에 위치해 평지보다 평균 기온이 약 5도 낮고, 화강암층을 통과한 부드러운 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장인들이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국제적인 수상 경력도 쌓이면서 ‘장인의 위스키’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과 치킨 회동 중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과 치킨 회동 중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황 CEO는 세 회장들에게 자사 ‘DGX 스파크’ AI 슈퍼컴퓨터도 선물했다.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SSD PM9E1이 탑재돼 있다. 황 CEO는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도 이 제품을 선물한 바 있다.

#APEC 정상회의#경주#이재명 대통령#천마총 금관#무궁화 대훈장#황남빵#하쿠슈 위스키#AI 슈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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