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정상회담 슈퍼위크] APEC 다자외교 29일 개막
美와 핵연료-주한미군 합의 주목
中과 경제협력-대북 공조 논의… 日 우파 총리와 협력 강화 난제
李, 아세안회의 참석 내일 출국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안방인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정상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다자외교 슈퍼위크’에 돌입한다. 이 대통령은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의장으로 APEC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관세전쟁과 안보지형 격변 속에 취임 첫해부터 초대형 외교 이벤트를 치르는 것. 또 릴레이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동맹 현대화를 비롯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및 대북 공조, 일본과의 협력 관계 강화 등 외교적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李, APEC서 미중일 정상과 릴레이 회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29일, 한중 정상회담은 다음 달 1일 열린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도 30일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동북아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위 실장도 “한미, 미중, 한중 간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역내 평화 안정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첫 일정으로 29일 오전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 특별연사로 참여한 뒤 같은 날 오후 국빈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은 무역 협상 과정에서 ‘3500억 달러(약 504조 원) 대미 투자 펀드’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보 의제를 놓고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화’ 및 ‘국방비 인상’과 관련한 문구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 실장은 “미 측은 (관세, 안보 합의 발표를) 한꺼번에 하는 걸 선호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관세 합의 불발을 이유로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안보 합의 발표도 미루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경주에선 시 주석 국빈 방한 관련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북 정책 공조를 요청하고, 경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더해 한반도 이슈와 북한 이슈, 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신임 총리와는 30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관세 전쟁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등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와 세 차례 회담을 갖고 한일 우호 관계 구축에 주력했다. 강경 우파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에도 이러한 협력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30일에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과도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카니 총리와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 26일 아세안 방문 1박 2일 출국
정부는 APEC이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실장은 “(APEC 기간 ‘경주 공동선언문’ 채택을 위해) 오래 준비해왔다”며 “쟁점을 조정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APEC에 앞서 이 대통령은 2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다. 27일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의 훈 마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스캠) 범죄 대응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어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달아 열린다. 같은 날 오후 이 대통령은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한 뒤 APEC 준비를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