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 1차관 사의 표명
33억 집 갭투자-유튜브 사과 논란
지방선거 앞 與서도 사퇴론 커져
정청래, 부동산 관련 함구령 내려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차관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갭투자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쳐)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4일 사의를 표명한 것은 10·15 대책에 따른 부동산 민심 악화가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고위공직자가 사퇴한 것은 이 차관이 처음이다.
이 차관은 19일 서울과 경기 12곳에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매)를 금지한 10·15 대책 이후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배우자가 지난해 갭투자로 33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 차관은 23일 국토부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 악화를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고위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장본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 글의 댓글에 이 차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올려 이 차관을 겨냥한 글임을 분명히 했다. 전날 박지원 의원이 “비위를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데 이어 여당에서 이틀째 공개 사퇴 요구가 나온 것.
당초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던 대통령실도 이 차관의 사의 표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부동산 정책 책임자로 부동산 민심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교체된 것.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며 부동산 정책을 지휘해 온 이 차관의 사퇴는 10·15 대책으로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을 겨냥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차관은 물론이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왼쪽)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착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진짜 사법부 독립이 위기에 닥친 비상계엄 때 침묵하고 내란이 진압되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참 비겁한 기회주의자 같다”며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가운데)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재개발 현장을 점검한 뒤 부동산 대책현장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10·15 부동산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뉴시스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부동산 같은 민감한 정책에 대해선 조용히 튼튼히 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당의 기조”라고 강조했다. 당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 소속 복기왕 의원이 전날 “15억 원 정도는 서민 아파트”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자 사실상 함구령을 내린 것.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노원구 상계5재정비촉진구역을 찾아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민간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정부의 공공 주도 공급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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