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李-트럼프 ‘APEC 담판’ 남은 쟁점은
韓, 현금-대출-보증 혼합 방식 설득… 美,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 현금 요구
투자처 선정-수익 배분도 줄다리기… “양국 정상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
다음 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 고위급 대면 회담이 22일(현지 시간) 마무리됐다. 3500억 달러(약 504조 원) 대미(對美) 투자 펀드 관련 이견 해소를 위해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정상 담판으로 7월 관세 합의대로 인하된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율(15%)과 3500억 달러 투자 이행 방안에 대한 합의가 문서로 확정될 수 있다는 것.
22일 미 워싱턴 도착 직후 “한두 가지 주제에서 입장 차가 크다”던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가량 회담을 가진 뒤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논의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 美 “연간 ‘200억 달러+α’ 현금 투자” 요구
3500억 달러 양해각서(MOU) 합의를 위해 선결돼야 할 가장 큰 쟁점은 3500억 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정부는 현금 투자 비중에 대한 접점이 마련되면 현금 조달 방안도 최종 확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공개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한국은 투자 패키지의 균형 잡힌 구성, 즉 직접투자·대출·보증이 혼합된 설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한미는 통화 스와프보다는 투자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7월 관세 협상 타결 당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구성을 5%의 현금 투자와 대부분의 현금 이동 없는 보증, 나머지 일부를 대출로 판단했던 정부는 미일 MOU를 근거로 미국이 전액 선불(up front) 투자를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미국은 대규모 현금 투자가 이뤄질 경우 외환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를 받아들여 선불 요구를 철회했지만 여전히 한국에 부담스러운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정부의 장기 분할 납부 제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한미 간 논의가 급진전됐지만 연간 납부액과 기한 확정을 두고 한미 간 이견도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은 연간 200억 달러 ‘플러스알파(+α)’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연간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인 200억 달러보다 직접 투자액이 적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용할 수 있는 달러를 대미 투자에만 쓸 수 없기 때문에 연간 직접투자액이 200억 달러보다 훨씬 적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달러 외 원화 투자 등 대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던 것”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통화 스와프가 필요할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전적으로 어떻게 투자가 구성될지에 달렸다”고 했다.
● 현금 비중-수익 배분-투자처 선정 등 모두 연계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회동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정부는 수익 배분 및 투자처 선정 문제도 투자 구조 이견이 해소되는 상황과 결부돼 있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22일 워싱턴 도착 직후 (3500억 달러 세부 사항은) 다 연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투자금 회수 전 발생 수익의 50%를 미국이 가져가고, 회수 이후엔 90%를 가져간다는 미일 MOU 합의를 기준점으로 삼아 정부에 동일한 압박을 가해왔다. 반면 정부는 투자금 회수 전엔 90%를 한국이, 회수 이후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당초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금 회수 전 90%를 한국이 가져가는 방안에 긍정적이었으나 미일 MOU 타결 이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전적으로 투자처를 선정하는 구조에 대해 정부는 투자처 선정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미일 MOU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위원회 추천을 받아 투자처를 선정하는데 투자위원회 의장은 러트닉 장관이 맡게 된다. 일본은 투자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정부 일각에선 현금 투자 비중 등 3500억 달러 투자 구조에 대한 미국의 큰 양해가 있을 경우 수익 배분과 투자처 선정 등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되 일부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협의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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