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팀, 트럼프 최측근 예산국장과 ‘마스가’ 논의… 선박 규제 완화 설득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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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김정관-김용범, 백악관 찾아가
美 군함 일부분 韓서 제작 제안
규제 완화 실무회의 답보 상태

16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만나 50여 분 동안 면담했다. 보트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논의됐다. 면담 후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마스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한 구체적 결과물을 도출하기보다, 양국 간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한다. 김 실장은 백악관 방문 직전 취재진에게 “OMB가 조선업 프로젝트에 굉장히 중요한 부처”라며 “OMB의 얘기를 좀 듣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OMB는 직접 협상을 하는 부처는 아니다.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에 대한 본인들(미국)의 입장을 저희가 청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화오션을 겨냥해 발표한 제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그런 이야기까진 아니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미 해군력을 강화하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선박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미국의 ‘번스-톨레프슨법’과 ‘존슨법’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조선소에서 건조된 군함이나 상선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번스-톨레프슨법은 군함의 주요 구성품의 해외 건조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8월 초 함수와 함미 등 선박의 일부(블록 모듈)를 한국에서 제작해 납품하면 미국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마저도 불가하다는 얘기다.

8월 말 방한한 미 해군부 관계자도 우리 정부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상황에 공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등을 통해 관련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측은 행정명령에 담길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과장급의 실무 워킹그룹 회의를 9월 중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사실상 답보 상태라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 미 해군부로부터 후속 진전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은 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한 선박 규제 완화도 예상만큼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 해군부 등 관련 부처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지침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한시적 행정명령 등을 통해 관련 규제를 우회해서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의 선체나 그 일부를 한국에서 제작하는 방안이 한미가 윈윈하는 최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관#김용범#러셀 보트#한미 조선업 협력#마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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