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보편적 기본사회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지금은 성장이 시급하다”며 자신의 대표 브랜드 정책인 ‘기본사회’에 대해 “재검토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지 20여 일 만에 다시 기본사회를 꺼내든 것이다. 자신의 대표 브랜드 정책인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든 건 최근 이어진 ‘우클릭’에 대한 당내 및 지지층 반발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사회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으로 ‘성장 담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배를 위한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렸다. 연설 중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함 소리가 나자 민주당쪽에서 반격이 들어왔고 이 대표는 양측을 진정시키며 양손을 들어 방청객에 있는 초등학생을 가리키며 정숙을 요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이 대표는 이날 조기 대선용 새 비전으로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총선 때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겠다”며 잘사니즘을 구현하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바이오·문화·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ABCDEF’ 정책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경제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며 앞서 던졌던 ‘흑묘백묘론’에 이어 실용적 접근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여야가 맞붙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 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노동 유연성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총 노동시간 확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못 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며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했다. 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를 향한 발언인 셈이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이 대표가 노동시간 문제를 언급하자 여당 의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진심이 뭐냐”고 따졌고, 다른 여당 의원들도 “52시간 철회한다는 거냐”고 소리쳤다. 이에 이 대표는 “주 52시간이면 연 2800시간에 달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이 1700시간이다. 지금 3000시간을 넘겨서 일하자는 게 아니지 않냐”며 원고에 없던 즉흥 발언을 통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주 4일제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주4일제, 4.5일제 도입과, 특정 분야에서 (노동)유연성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서로 충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개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는 정치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정년 연장 등 화두 제안
이 대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연금개혁’ ‘정년 연장’ 등의 화두도 던졌다. 이 대표는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며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 도중 국민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연금 개혁에 대해선 여당을 향해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잘사니즘’은 ‘뻥사니즘’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말과 행동이 일치돼야 하는데 오늘은 말의 성찬에서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맹폭이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가 국민소환제를 제안한 데 대해 “개헌 논의는 외면하고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냐”고 했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특별법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보편적 기본사회와 성장을 동시에 말했다”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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