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1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2025.01.17.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비상계엄 사태’ 특검법안 처리를 두고 여당과 ‘7시간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가 불발되자 국회 본회의를 열고 두 번째 ‘윤석열 내란 특검법’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이른바 ‘외환죄’ 의혹을 제외하는 등 수사 대상과 특검 규모를 축소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주요 요구사항을 수용해 여당 내 이탈표를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해 맞대응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에 최 권한대행 측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야당의 일방 처리→거부권 행사→특검법 폐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野 ‘외환죄 제외’ 특검법 단독 처리
민주당은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지 약 1시간 40분 만인 오후 10시경 당 의원총회를 열고 “여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특검법안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수사대상에 외환죄와 내란 선동·선전죄, 고소·고발 관련 부분을 삭제하길 원했는데, 대폭 수용했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은 11개였는데 수사대상이 5개였던 국민의힘 안으로 수정했다는 것.
여당이 반대했던 수사 도중 포착된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인지 수사’ 조항은 유지됐다. 이로써 수사 대상엔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권한 마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능력마비 △정치인, 공무원, 민간인 등 체포 구금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 등 6개로 정리됐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한 군사·공무상 비밀 지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수사와 무관한 자료는 즉시 폐기한다’는 법원행정처의 중재안을 반영해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 파견검사와 공무원 등 수사인력은 당초 150명에서 130명으로, 수사기간은 최대 130일에서 100일로 줄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 정도면 국민의힘 안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며 “여당이 거부할 명분이 있겠느냐.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1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가결을 선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5.01.17. [서울=뉴시스]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처리한 수정안에도 독소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반대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특검 수사 대상은 국민의힘 안을 전폭 수용했다”고 밝히자 여당 의원석에선 “민주당도 반대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특검법 수정안은 본회의 시작 약 10분 만에 통과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본회의 통과 직후 “민주당은 자기 마음대로 발의하고 수정하고 강행처리했다”며 “외환죄로 특검법 발의하더니 본회의에서 삭제한 것은 호떡 뒤집듯 바꾸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실컷 선동하고 여야 협상이 결렬되니까 뺀다는 것은 청개구리 심보”라며 “애초에 이 특검은 더는 수사할 게 없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 권한대행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위헌적 특검에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이 여야에 특검법 합의를 요구한 당부를 잊지 말길 부탁한다”고 했다.
● 고성 오간 끝 협상 결렬, 崔 대행 거부권 관측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 ‘데드라인’이라고 밝힌 이날 국민의힘은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고 민주당과 협상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이미 체포된 만큼 특검 동력이 사라졌지만 이탈표를 막기 위해 자체 특검안을 내놓은 것. 실제 이날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민주당 특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여야 협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당초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의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의 특검법안 발의가 늦어지면서 오후 1시 30분에야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을 이어가는 동안 회의장에선 여러 차례 고성이 들릴 정도로 날카로운 대립이 계속됐다.
민주당이 협상결렬에도 국민의힘이 발의한 비상계엄 특검법의 내용을 자체 반영한 수정안을 처리한 것은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민주당이 통과시킨 내란 특검법이 기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역대 특검은 여야 합의와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도입됐다”며 야당만 찬성해 통과시킨 특검법안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앞서 10일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달라”고 밝힌 바 있어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정부 내에서 나온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을 겨냥해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거부하겠다는 건 입법부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이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모든 걸 합의해야 수용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 선거는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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