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체 논의 국회특위’ 10개월간 회의 5시간, 해외출장은 6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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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특별위원회 방만 운영 지적
21대 국회 26개 꾸려져 7개 활동
회의 제대로 안 열고 출석도 저조
“법안심사권 없어 우선순위 밀려”

《국회특위 7곳 모두 유명무실


여야가 국가적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며 만든 주요 국회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7곳 모두 한 달에 한 번꼴로도 회의를 열지 않았고, 의원 참석률이 저조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논의하기 위한 ‘첨단특위’는 발족 이후 10개월간 4차례 회의만 열었고 총 회의 시간은 5시간이 안 됐다. 》

여야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 전략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회가 힘을 모으겠다”며 지난해 12월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특위는 발족 뒤 10개월 동안 총 4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두 번은 위원장과 간사 선임을 위해 열린 회의로, 각각 19분, 4분 만에 끝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한 나머지 두 번의 회의도 각각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10개월간 열린 회의 시간이 도합 5시간 이내에 불과한 것. 이들은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유럽 해외 출장은 4박 6일간에 걸쳐 갔다.

여야가 국가적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는 국회 특위들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심사권 등 실질적 권한이 없는 데다, 상임위원회와 달리 감시도 느슨해서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 회의는 5시간, 해외 출장은 4박 6일


19일 동아일보가 국회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에선 총 26개 특위가 꾸려졌는데, 이날 기준 아직 활동 중인 특위는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위 △정치개혁특위 △연금개혁특위 △인구위기특위 △기후위기특위 △첨단전략산업특위 △윤리특위 등 7개다. 7개 특위 모두 회의가 한 달에 한 번꼴로도 열리지 않는 데다, 회의가 열리더라도 의원들의 출석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첨단전략특위의 경우 4차례 열린 회의 중 전체 위원 18명이 전원 출석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특위는 기업 현장 의견을 듣겠다며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7월 네이버 등을 방문했지만 정작 위원들은 절반도 참석하지 않았다. 위원장인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과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유럽 내 이차전지, 배터리 공장 시찰 명목으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폴란드, 헝가리 출장을 떠났다. 첨단특위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헝가리, 폴란드 등에 다수 진출해 있어 산업 외교 활동의 수행을 위해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띄운 부산엑스포특위는 2021년 12월 구성된 후 총 13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평균 1시간 38분 동안 진행돼 모두 점심시간 전에 종료됐다. 반면 이 기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해외로 떠난 출장은 9번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올해 전체 특위가 지출한 해외출장비 예산도 예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특위 국외업무 여비 지출액은 올해 9월 기준 4억4817만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 1억1180만 원, 2019년 2154만 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 기간인 2020, 2021년에는 0원이었고, 지난해에는 6152만 원이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부산엑스포특위의 대외 교섭 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비를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 “법안 심사권 부여해야”


실무자들은 특위 일이 사실상 가욋일이라 중요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특위에서 활동 중인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일로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는 특위 일에는 열중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법안심사권도, 예산권도 없다 보니 부처 관계자들도 불출석하려는 경우가 많아 업무보고 자체가 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위 활동의 실질화를 위해 법안심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특위를 구조 조정해 없앨 것은 없애고 중요한 것들은 상설화해서 법안심사권을 주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반도체#국회특위#회의#5시간#출장#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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