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회의 5시간에 해외출장 6일, 이런 국회특위 필요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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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는 지난해 12월 발족한 이래 10개월 동안 4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두 차례 회의는 위원장과 간사만 선임하고 끝났다. 나머지 두 차례를 합해도 총 회의 시간이 5시간에 불과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특위의 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유럽에 진출한 한국의 배터리 공장을 살펴본다며 4박 6일간 폴란드와 헝가리를 다녀왔다.

현재 가동 중인 다른 특위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인구위기특위, 기후위기특위도 10개월 동안 4차례씩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2021년 12월 구성된 국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특위는 모두 13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모두 점심시간 전에 종료됐다.

21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윤리특위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12개의 특위가 꾸려졌다. 국가적 현안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특위가 발족할 때의 거창한 다짐과 달리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첨단, 인구, 기후 등 3개 특위는 다음 달 말이면 활동 기간이 종료되는데, 다음 회의가 언제 열릴지 정해진 일정도 없다. 지난해 7월 고물가와 경기 둔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다며 출범시킨 민생경제안정특위도 5차례 회의를 열고 흐지부지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면서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있다. 부산엑스포특위 지원이 큰 이유라지만 올 9월까지 지출된 전체 특위의 국외업무여비(출장비)는 4억4817만 원으로 지난해 6152만 원에 비해 7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위원장은 최대 월 300만 원까지 개인 활동비도 지급받는다.

국회 특위는 단기간 집중 논의가 필요하거나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는 사안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정개특위나 연금개혁특위처럼 입법 현안이 있는 일부 특위를 제외하곤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상임위에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안건을 다루면서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 몇몇을 모아 가끔 회의를 여는 것이 특위의 역할이라면 상임위에서 공청회를 더 여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이제라도 특위 활동 실적을 점검하고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국회특위#국회#첨단전략산업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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