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김밥엔 ○○○가 없다[장관석의 용: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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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3.9/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3.9/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침묵 속에도 온갖 썰이 넘쳐납니다. 동아일보 대통령실팀 기자들이 함께 쓰는 디지털 코너 [용:썰]은 대통령실을 오가는 말의 팩트를 찾아 반 발짝 더 내디뎌 봅니다.


대선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아침 식사를 울산행 KTX 열차 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했다. 이른 새벽 출발하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건너뛰고 나와 기차 안에서 몇몇 참모들과 김밥을 나눠 먹은 것. 이날 점심 메뉴는 도시락이었다.

● 尹대통령의 김밥엔 ○○○가 없다


요즘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김밥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김밥 등으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며 회의나 공부를 이어가는 때가 많다는 것.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축사 연설문을 참모들과 검토할 때도 그랬다. 한 참모는 “김밥을 다 먹어가는 참모가 있으면 대통령이 본인 김밥을 몇 개 집어 건네 주기도 한다”고 했다.

먹기에 간편하고 맛도 좋은 김밥을 일단 윤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외부 식사와 달리 경호나 의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학교 폭력(학폭)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만큼 김밥을 자주 먹는 건 아닐 테지만, 대통령도 바쁜 여느 직장인들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일해야 하는 자리다.

대신 윤 대통령의 김밥 재료로 시금치는 잘 들어가지 않는 편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에게 털어놓은 어린 시절의 기억.

“어린 시절 집에서 김밥을 안 자르고 그냥 한 줄을 들고 먹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김밥을 이로 끊어도, 시금치가 죽~ 따라 나와서, 야 이거, 불편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시금치를 아주 안 먹는 건 아니라고 한다. 아무튼 윤 대통령은 요즘 수시로 참모들을 부르고 늦게까지 보고서를 챙겨가며 일하는 편이다. 이를 예상치 못했던 참모들이 저녁 약속에 늦는 일도 더러 있다.

● 대선 1년 尹, “전문성만으론 개혁 못 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았다. 2023.3.9/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았다. 2023.3.9/대통령실 제공
취임 1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 윤 대통령은 시간을 쪼개 쓰며 노동·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국정과제 추진에 바짝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의 속내는 참모를 채근하는 발언들에도 묻어난다.

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일전불사”라는 표현을 쓰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념’을 중심으로 무장된 사람들이었다면, 우리는 전문성과 과학에 기반한 멤버로 팀을 짰다”면서 “그렇다고 전문가적인 식견만으로는 개혁이나 혁신이 되는 게 아니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 투쟁을 주문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평소 ‘늘공’(직업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깊은 윤 대통령이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가진 돌파력과 투쟁력 또한 개혁의 핵심 축임을 인지한 장면이라는 것.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개각 방향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서는 향후 개각에 대비한 기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김밥으로 시간을 아껴 일하는 각오도 각오지만, 복합 경제 위기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 한국이 어떤 경제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도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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