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역대 영부인 중 가장 강력한 패션 메시지 발산”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2월 5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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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컬러와 헤어스타일… 친환경, 친서민, 커리어우먼 이미지 강조

한복을 모티프로 제작한 초록색 볼륨스커트 차림으로 지난해 6월 29일 스페인 동포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뉴스1]
한복을 모티프로 제작한 초록색 볼륨스커트 차림으로 지난해 6월 29일 스페인 동포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공개 행보에 나설 때마다 눈에 띄는 패션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 여사가 든 핸드백은 품절 사태를 빚고, 그가 착용한 명품 팔찌, 구두, 셔츠는 언론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연일 화제다. 최근 이목을 끈 김 여사의 ‘패션템’은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및 스위스 순방 당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내릴 때 들었던 미니 토트백이다. 이 토트백은 소셜벤처기업 ‘할리케이’가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와 커피 마대로 제작한 19만9000원짜리 친환경 가방으로, 김 여사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았을 때도 들었다. 김 여사가 이 가방을 든 사진이 공개되자 업체에 주문이 폭주했고, 현재 이 가방은 모든 컬러가 품절된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럽이나 드라마 주인공이 들고 나온 가방과 옷이 완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은 그 제품에 스토리가 담긴 것에 기인한다”며 “소비자들이 김 여사가 든 가방에 열광하는 것도 ‘영부인 김건희’라는 스토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에 맞는 컬러 선택
전문가들은 국내 역대 영부인 중 김 여사의 패션 메시지가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한다. 역대 영부인은 대부분 대통령 옆에서 조용히 내조하는 역할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까지 무릎을 덮는 H라인의 클래식 투피스를 즐겨 입었다. 여성스럽고 우아한 ‘어머니’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메시지가 담긴 패션을 선보인다.

화이트 원피스 차림의 김 여사가 지난해 6월 27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다. [뉴스1]
화이트 원피스 차림의 김 여사가 지난해 6월 27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다. [뉴스1]
김 여사의 패션 메시지는 컬러 선택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절제와 화합’ 의미가 담긴 ‘블랙 & 화이트’의 모노톤 룩을 즐겨 입었고, 국제 활동이 많아진 최근에는 블랙 & 화이트 룩에서 벗어나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등 비비드한 ‘컬러 룩’을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는 “김 여사가 최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원 포인트 컬러에 강력하게 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노랑 의상을 선택해 새로운 희망을 전했고, 스페인 동포만찬간담회에서는 초록색의 한복 디자인 의상으로 새로운 출발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유민희 패션스타일리스트는 “해외 사례를 보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부인일수록 과감한 색상의 옷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김 여사 역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는 1월 17일 머스터드 컬러의 투피스 룩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왼쪽).  
 1월 21일 김 여사가 블랙 투피스에 파란 스카프를 매치한 룩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 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는 1월 17일 머스터드 컬러의 투피스 룩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왼쪽). 1월 21일 김 여사가 블랙 투피스에 파란 스카프를 매치한 룩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 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패션에 사회적 메시지 담아
최근 김 여사는 옷차림에서 ‘서민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일관되게 강조한다. 박영실 대표는 “고가의 명품 액세서리 이슈 등이 있었지만 일관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을 고집하면서 친환경 가방, 구두 등을 착용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역대 영부인과 다른 면모”라며 “이런 이미지가 더해져 김 여사 패션이 국민적 워너비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 여사의 개인적인 패션 취향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그의 패션이 이 시대 ‘패션 아이콘’이 됐다는 것이다.

TPO에 맞게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김 여사 패션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케 하는 패션을 선보였고, 올해 아랍에미리트 순방 때는 아랍에미리트 국민이 선호하는 옐로 컬러 의상을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김 여사는 업스타일, 땋은 머리, 반머리 묶음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는데, 이 또한 TPO에 따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운동 때부터 취임 무렵까지 김 여사는 볼륨업 C컬 중단발을 고수했다. 그 전 긴 머리는 귀엽고 어려 보이지만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단정하면서도 지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중단발을 선택한 것이다. 박영실 대표는 “최근 업스타일 헤어를 한 김 여사를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국제 행사 참석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아랍에미리트 순방 때는 땋은 머리를 했는데 중동 지역에서 여성은 샤일라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헤어스타일을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카프로 커리어우먼 이미지 강조
김 여사는 트윌리 스카프를 활용해 패션에 우아함과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더한다. [뉴스1,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는 트윌리 스카프를 활용해 패션에 우아함과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더한다. [뉴스1,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가 즐겨 애용하는 패션 소품 중 하나는 넥타이처럼 얇은 트윌리 스카프다. 중세시대 유럽 귀족이 사용했던 트윌리 스카프는 옷차림을 한층 우아하고 품격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뿐 아니라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강조한다. 김 여사는 트윌리 스카프를 바지 정장뿐 아니라 드레스에도 수시로 매치해 ‘김건희 시그니처 스카프 룩’으로 완성했다. 지난해 셀럽 사이에서 김 여사의 트윌리 스카프 따라 하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박영실 대표는 “얼굴 가까이에 착용하는 스카프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소품”이라며 “김 여사는 옷차림에 품격과 커리어우먼 분위기를 더하고자 전략적으로 트윌리 스카프를 애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산업 활성화에 기여
김 여사가 블랙 & 화이트 스타일로 지난해 11월 12일 캄보디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여사가 블랙 & 화이트 스타일로 지난해 11월 12일 캄보디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여사가 화사한 노랑 블라우스에 화이트 롱스커트를 매치한 패션으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왼쪽). 지난해 6월 28일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에 화이트 드레스 룩으로 참석한 김 여사. [대통령실 제공, 뉴스1]
김 여사가 화사한 노랑 블라우스에 화이트 롱스커트를 매치한 패션으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왼쪽). 지난해 6월 28일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에 화이트 드레스 룩으로 참석한 김 여사.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영부인의 패션은 자국 패션산업 성장에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데이비드 예맥 미국 뉴욕대 교수에 따르면 미셸 오바마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한 8년간 미국 패션 브랜드에 미친 경제적 가치는 50억 달러(약 6조800억 원)에 이른다.

김 여사도 국내 패션업계 활성화를 위해 마케팅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방문 때 들었던 할리케이의 친환경 가방, 지난해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당시 화제가 된 ‘빌리언템’의 ‘브리저튼 토트백’, 신세계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이네르’ 구두 모두 국내 소상공인 제품이다. 김 여사가 국내 소상공인이 제작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의상과 소품을 적극적으로 착용하며 국내 패션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희 교수는 “김 여사가 국내 소상공인이 제작한 의상과 소품을 직접 착용함으로써 해외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국내 패션업계의 높은 수준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그런 의도가 있든 없든 국내 패션 마케팅 활성화에 상당히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이며, 국내 브랜드를 통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전략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5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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