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걸작”…김영환 ‘5억 고철 가마솥’ 그냥 두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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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30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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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초대형 가마솥. 뉴스1
충북 괴산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초대형 가마솥. 뉴스1


충북 괴산군이 군비와 시민 성금 5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한 ‘초대형 가마솥’ 을 놓고 또 고민에 빠졌다.

가마솥을 관광 명소인 ‘산막이옛길’ 입구로 옮겨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활용하자는 의견이 최근 나왔지만, 김영환 충북지사는 “그대로 두자”는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괴산의 초대형 가마솥은 그 자리에 영구보존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팥죽은 물론 쇠죽도 끓일 수 없는 기네스북 도전실패의 가마솥은 처량한 신세로 세월을 낚고 있다”며 “우리에게 얼마나 예산의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걸작이다. 이런 작품을 산막이옛길에 함부로 옮긴다고? 한때 동양최대, 세계최초를 좋아하던 낡은 사고와 성과주의가 어떤 초라한 결과를 보여주는 ‘징비의 설치미술’로 그자리에서 한 발자욱도 옮겨서는 안된다. 꼼짝마라!”고 적었다.

또 “‘나쁜 정치가 호랑이 보다 무섭다’고 하지 않았는가! 괴산의 거대한 가마솥은 우리의 ‘실패학 교과서’의 빼놓아서는 안될 메뉴가 됐다. 내가 벌일 정책과 성과가 미래의 눈을 가지지 못할 때 ‘지울 수 없는 치욕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저 거대한 녹슨 가마솥은 오늘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생각할 수록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 뉴스1
김영환 충북지사. 뉴스1

‘괴산 초대형 가마솥’은 둘레 17.8m, 높이 2.2m, 두께 5cm 크기로, 제작에 들어간 주철은 43.5t이다.

2003년 군민 화합과 지역 홍보 차원에서 제작에 나섰다. 비용은 5억여 원이 들어갔다. 군 예산 2억7000만원에 군민들이 낸 성금 2억3000만이 더해졌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던 고철을 내놓기도 했다. 규모가 워낙 커서 몇 차례 실패 끝에 2005년 완공했다.

괴산군은 당시 “군 전체 주민 약 4만 명분의 밥을 지을 수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하지만 워낙 두껍고 크다보니 아랫부분은 타고 윗부분은 익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군민 화합 차원의 이벤트로 밥도 짓고, 옥수수도 삶고, 팥죽도 끓여 봤으나 조리가 잘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를 내세워 기네스북 등재에도 도전했으나 호주에 있는 질그릇에 밀려 무산됐다.

결국 2007년부터는 이벤트도 중단돼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가마솥을 산막이옛길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막이옛길에 옮겨다 놓으면 새로운 명물이 될까 싶어서다.

그러나 가마솥을 옮기려면 트레일러로 6~7㎞를 이동해야 하기때문에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가로수 철거 등 옮기는 방법이 간단치 않은 데다 이전 비용도 2억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송 군수는 “주민 의견 수렴 등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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