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비명계 “李에 불만 크지만, 맞설 리더 없어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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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8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8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역대 최고 득표율(77.77%)로 당권을 쥔 것이 당의 미래엔 독이 됐다. 이 대표의 성향상 측근들이 구속돼도 대표직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의 한 중진 의원은 20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구속 이후 벌어질 당 상황에 대해 이같이 예측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할 동력도 없고,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없어 당이 앞으로도 ‘사법 리스크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 의원은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엄호하는 데 당력이 총동원된 것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을 시작으로 당내 불만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켜켜이 쌓이지만 집단적 반발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맞설 인물이 없다는 고민도 깔려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의원 중엔 당내 세력을 모아 이 대표와 정치적으로 승부를 걸 인물이 없다”며 “침잠하고 있는 친문(친문재인)계에도 리더가 없어 당장 전당대회를 열자고 해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내놓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당내 세력 구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밝혀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하거나 명명백백한 혐의로 기소할 경우에만 집단적인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현 체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스모킹건’은 없더라”며 “만에 하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당 지도부가 처리를 거부하면 그땐 당내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차기 총선 공천권과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극성 지지층의 호응을 앞세워 비명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가 잘못되면 당이 성공적으로 다음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은 비명계도 잘 알 것”이라며 “몇몇 의원들이 당을 분열로 몰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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