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퇴임연설서 방역·소부장 ‘자부심’…평화 프로세스 ‘아쉬움’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9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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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9일 5년 국정운영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거둔 성과를 앞세우며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차기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끊임없는 위기를 극복했던 문재인 정부의 축적된 국정 성과를 계승·발전해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가 줄 것을 기대했다.

촛불혁명이라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위성을 오롯이 국정에 반영하지 못한 성찰도 담아냈다. 미완의 과제로 물려주게 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서 밝힌 3318자 분량의 퇴임 연설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지난 5년의 국정으로 일군 성과와 자부심,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성찰과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온 시기였다”며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격도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됐다”며 “우리 참으로 위대하다.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의 시간을 숱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온 과정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함께 헤쳐나온 데 대해 자부심을 가져주기를 독려의 메시지다. 역경의 시간을 국정 성과로 바꿔낸 스스로의 평가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며 정부 출범의 당위성을 촛불에서 찾았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함에 찬탄을 보냈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이 됐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출범의 기반이 된 촛불정신을 국정운영 과정에 오롯이 반영하지 못해 5년 만에 정권을 넘겨 준 데 대한 성찰적 인식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촛불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임기 중반 맞닥뜨린 코로나19와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방역 모범국과 선진국 진입의 성과를 강조했다. 결과적 성공보다 성공 과정을 체득하게 된 데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 상황 보고서는 969보였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판명된 2020년 1월20일부터, 휴일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눈뜨면서 처음 읽었고, 상황이 엄중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왔던 보고서가 969보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는 정부와 방역진,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이 담겨있다”며 오랜 기간 계속된 국민의 고통과 고단한 삶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쏟았던 노력의 흔적을 강조한 것으로, 세계로부터 ‘K-방역’이라는 평가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 정책을 인내해 준 국민을 향한 감사의 뜻을 함께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극복 과정에서 얻게된 국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에 대한 남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된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소·부·장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의 침체 속에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제조업이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 덕분이었다“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우리가 문제해결의 성공 방식을 알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규제 극복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개발, 마스크 생산, 백신 주사기, 요소수 사태 위기 극복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얻게됐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윤석열 정부에게 과제를 물려준 것에 대한 결과적인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 비핵화 대화 진전에 전력을 다했지만 5년 전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물려주게 된 데 대한 무력감도 함께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토로했다.

임기 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이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버린 남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 간 의지만으로는 궁극적으로 북미 비핵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 상징물을 지워낸 것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파기 후 수세적 핵억지 전략에서 벗어난 공세적 핵전략 전환 단계까지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라고 표현한 것은 5년 전 자신이 마주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상황을 차기 정부에 물려준 데 대한 일종의 책임감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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