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충돌 훈련기 2대 블랙박스 모두 찾아… 軍, 원인규명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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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록-조종실 음성정보 담겨…기체결함 여부 등 정밀분석 착수
합동분향소 조문객 수백명 몰려
오늘 영결식… 대전현충원 안장

“찾았다!”

2일 오전 11시 10분경 경남 사천시 정동면 사천읍교회 인근 밭. 전날 발생한 공군 훈련기(KT-1) 충돌 사고 현장을 수색하던 공군 조사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자 공군 간부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조사관의 손에는 짙은 주황색 상자의 형태인 영상·음성기록장치(DVAR), 일명 블랙박스가 들려 있었다. 블랙박스를 살펴보던 조사관은 무전기로 “CVR(조종실 음성정보장치)가 확실합니다. 일련번호를 보니 추락한 전투기의 블랙박스가 맞습니다”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 블랙박스 2개 모두 회수

2일 오전 공군 조사관들이 경남 사천시 사천읍교회 인근 밭에서 1일 충돌한 훈련기(KT-1)에 탑재돼 있던 영상·음성기록장치(DVAR)를 회수(점선)하고 있다. 사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2일 오전 공군 조사관들이 경남 사천시 사천읍교회 인근 밭에서 1일 충돌한 훈련기(KT-1)에 탑재돼 있던 영상·음성기록장치(DVAR)를 회수(점선)하고 있다. 사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공군 훈련기 KT-1 2대가 1일 경남 사천 공중에서 충돌해 조종사 4명이 숨진 후 공군은 훈련기 블랙박스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블랙박스 안에는 비행고도, 대기속도, 엔진 상황 등이 기록되는 비행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와 조종실 내 대화, 관제기관과의 교신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는 조종실 음성정보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가 담겨 있다.

2일 공군은 CVR를 발견한 후 주변을 수색해 FDR를 추가로 찾아냈고 옥정마을 인근 야산에 추락한 다른 훈련기 블랙박스도 회수했다. 훈련기 2대의 블랙박스를 이틀 만에 모두 찾아내 원인 규명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에 기록된 자료들을 추출해 정밀 분석에도 착수했다.

공군은 훈련기 두 대가 이륙한 지 5분 만에 공중에서 충돌한 경위와 기체 결함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훈련기 1대는 맨눈으로 지형지물 등을 파악하는 ‘시계비행’을 연습했고 1대는 계기에만 의존하는 ‘계기비행’을 연습 중이었다. 또 공군은 사고 당시 낙하산을 타고 탈출한 조종사들이 모두 숨진 경위도 규명할 방침이다.
○ 4일 부대장으로 영결식… 대전현충원에 영면


이번 사고로 순직한 정종혁(24·공사 69기) 차재영(23·공사 69기) 대위, 이장희(52·공사 40기) 전용안(49·공사 42기) 비행교수의 합동분향소는 2일 사천 제3훈련비행단 체육관에 마련됐다. 공군은 순직한 두 학생조종사의 계급을 중위에서 대위로 추서했다.

이 교수는 30년간 29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고인에게 비행교육을 받은 심형석 대위는 “훈련기에 오르기 전 항상 어깨를 토닥이며 제자들을 격려하던 따뜻한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와 같은 훈련기를 탄 차 대위는 생도 시절 공사 철인3종 대회에 4년 연속 참가해 기록을 매년 단축하는 등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인재였다고 공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 교수는 현역 시절 공군 헬기1호기(대통령 전용헬기)를 조종할 만큼 비행실력이 뛰어났다. 고인의 제자 임택근 대위는 “‘비행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야 한다’던 가르침이 내 비행기량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와 같은 훈련기에 탑승한 정 대위는 동료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부학술장교이자 남다른 리더십으로 귀감이 됐다고 공군은 전했다.

분향소에는 2, 3일 비행단 동료 등 수백 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분향소 밖에선 동료들이 울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치권 조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저녁 조문했고 3일 오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차례로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영결식은 4일 오전 10시 사천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순직자들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사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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